요리 콘텐츠가 다시 일어난다. 추석인 지난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예능 ‘흑백요리사’는 많은 화제 속에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국내 스트리밍 1위는 물론 전 세계 순위에서도 10위권에 진입했다. 한식을 기반으로 중식, 일식, 양식과 자유자재로 섞이는 ‘요리의 향연’은 시청자들의 눈을 휘어잡았다.
넷플릭스에 ‘흑백요리사’가 있다면 KBS2에는 군용 가방을 멘 ‘더플백요리사’가 있다. KBS2는 국군의 날인 1일부터 매주 화요일 오후 8시30분 총 6부작 ‘전설의 취사병’을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2019년부터 열린 ‘국제군인요리대회’가 근간이다.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는 조리병의 사기를 높이고 창의적인 급식메뉴 개발과 보급의 장이 됐다. 올해는 이 행사가 TV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육해공군 총 12개 부대의 온 취사병 각 4인이 팀을 이뤄 다섯 번의 경연을 거쳐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이들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과 황금탑트로피 그리고 군인에게 가장 달콤한 상인 휴가가 주어진다. 지난 8일 추석 연휴에 앞서 찾은 서울 여의도 KBS 별관 스튜디오 녹화장에는 향긋한 요리의 냄새와 함께 취사병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인한 열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1대1 팀 대결이 기본인 경연에서는 50분을 제한 시간으로 놓고 심사위원들이 제시하는 주제에 맞게 요리하고 플레이팅까지 끝내는 것이 과제다. 취사병의 요리라 하면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요리용 삽, 대형 솥 등의 기자재와 이른바 ‘짬밥’ ‘똥국’으로 불리는 대용량 조리를 떠올리기에 십상이다. 하지만 실제 스튜디오를 수놓고 있는 것은 미슐랭 스타 셰프를 방불케 하는 ‘파인 다이닝’ 이른바 ‘밀리터리 다이닝’의 향연이다.
이들의 작품을 취사병 출신의 셰프인 정호균, 김호윤, 정찬희 셰프가 심사한다. 각각 정호균 셰프는 육군, 김호윤 셰프는 해군, 정찬희 셰프는 해병대의 취사병 출신이다. 이들의 심사평에는 단순히 제시된 주제에 대한 해석력이나 요리의 기본기, 창의력뿐 아니라 군 시절의 향수 그리고 레시피 전군 전파를 염두에 둔 양산의 가능성까지 녹아있다.
프로그램의 연출을 맡은 조현웅PD는 “이전 군인요리대회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송에 나가긴 했지만, 이 흥미로운 형식이 경연의 형태로 프로그램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에 국방부에 제안했다”며 “당연히 대용량 조리가 취사병의 기본이라 팀워크가 중요하다. 그래서 4인제 팀 형식을 생각했고, 직접 부대에 촬영을 나가 출연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화면을 준비했다. 조리병들의 열정이 생각보다 대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방부는 급식 개선을 위한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군인요리대회의 결과물이 실제 장병들의 식탁에 오르는 경우도 많다. 이번 경연의 우승팀 요리법 역시 전군에 퍼져 취사병들에 의해 전승될 예정이다. 생각보다 큰 호응과 재미에 KBS는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군 요리 프로그램을 특화하는 ‘시즌제’의 계산까지 깔아놓고 있다.
경연이 시작되면 양측 취사병들의 손이 빨라진다. MC로 앉은 개그맨 김준현과 걸그룹 오마이걸의 유빈의 입도 덩달아 빨라진다. 보통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처럼 ‘요리했다 치고’의 설정이 들어가지 않는다. 50분 내내 MC들 그리고 심사위원 셰프들의 중계가 이어진다. 보통 녹록한 내공이 필요하지 않다. 물론 먹방에 강한 ‘먹잘알’ 김준현에게는 크게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유빈의 존재가 의외다. 요리에 대한 다양한 식견에 취사병에 대한 이해도 있다.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