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FC서울이 5년 만의 ‘윗물’(파이널 라운드A·1~6위)로 올라선 원동력에선 이 선수가 빠지지 않는다.
독일 출신의 골잡이 일류첸코(34)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일류첸코는 올해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기동 감독(53)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한국땅을 밟은지 어느덧 6년째인 그는 내심 득점왕까지 바라본다.
일류첸코는 지난 29일 수원FC와 홈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이끈 뒤 취재진과 만나 “공격수로 골을 넣고, 득점왕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더욱 기쁜 것은 내가 우리 팀의 승리에 힘을 보태면서 승점 3점을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투입된 일류첸코는 후반 21분 제시 린가드가 차올린 코너킥을 방향만 바꾸는 헤더로 선제 결승골을 기록했다. 리그 14호골을 기록한 일류첸코가 단독 득점 1위로 올라선 순간이었다. 일류첸코는 인천의 무고사와 득점이 동률이지만 출전 경기가 1경기 적다.
올해 14골 중 5골을 헤더로 넣은 일류첸코는 “모든 것은 훈련에서 나온다. 팀 훈련이 끝나도 크로스에 헤더를 시도하는 훈련을 한다. 좋은 타이밍과 느낌이 오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웃었다.
그런데 일류첸코가 주목받은 것은 결승골보다 동료 의식이었다. 일류첸코가 후반 37분 페널티킥(PK)을 얻어냈는데, 공을 들고 페널티 스폿에 선 린가드에게 양보했다. 일류첸코가 득점왕 경쟁에서 한 발 더 앞서나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외였다. 린가드가 이 PK를 실축해 아쉬움은 더욱 컸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나도 일류첸코가 찼으면 했다. 일류첸코는 ‘제시가 공을 갖고 있으니 양보했다’고 했다. 개인의 욕심보다 팀을 위하는 성품을 가진 선수다. 자신보다 제시가 더 잘찬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선수가 다 됐다”고 귀띔했다.
일류첸코는 “사실 나도 차고 싶었지만, 제시도 원했다. 지난 경기에선 제시가 PK를 넣었고, 이번엔 못 넣었다. 축구에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나도 실축할 수 있다”며 “사실 제시가 차기 전에는 ’넣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이 되면 이기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제시가 실축한 직후 그의 얼굴에서 실망감을 봤다. 시간이 아직 남아있어서 열심히 수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남은 6경기에서 린가드와 함께 최대한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싶다. 린가드가 시즌 초반 부상이 있었고, 나도 초반에는 내 기량을 보여주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우리 둘의 호흡이 좋아지고 있다. 나도 중요한 선수고, 제시도 중요한 선수”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골잡이들이 자신만 돋보이려는 것과 는 분명 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득점 순위 꼭대기에 올라섰다는 게 일류첸코의 특별함을 설명한다.
김 감독은 “일류첸코는 선발이 아닌 교체 카드로 쓰는 것도 받아들였다”면서 “대신 내가 ‘올해는 널 꼭 득점왕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웃었다.
반대로 일류첸코는 서울의 성적을 신경쓰고 있다. 올해 초 부진했던 서울은 5연승과 함께 반등에 성공한 뒤 첫 목표인 파이널 라운드A 진출에 성공했다. 다음 목표는 아시아 클럽 대항전 티켓 그리고 우승 도전이다.
일류첸코는 “6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선두인 울산 HD와는) 승점 8점이 차이난다. 축구에선 모든 것이 가능하다. 당장 우리의 목표가 우승이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은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6경기 전승해야 하는데, 계속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최소한 (아시아 클럽 대항전 마지노선인) 4위 안에는 들겠다. 축구는 팀 스포츠다. 동료들과 함께 6경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