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전서 5이닝 완벽투
가을야구 막차 전쟁 이끌어
SSG 결과따라 TB 성사되면
또 중간 계투 등판 가능성
KT는 프로야구 사상 처음 열린 ‘타이브레이크’의 주인공이다. 2021년 144경기를 모두 마치고도 삼성과 공동 1위가 되자 타이브레이크를 치러 최종 1위 팀을 가렸다. KT는 승리했고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했다.
그해 144경기째였던 10월30일 SSG전, 삼성과 공동 1위로 승무패가 모두 똑같은 상황에 남은 마지막 1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했던 KT는 최종전에서 고영표를 중간계투로 기용했다. 10월28일 NC 상대 선발 등판해 109개를 던지며 7.1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친 고영표는 이틀 뒤 최종전에서 6회 등판해 3이닝을 던지고 마무리 김재윤에게 공을 넘겨 승리를 장식했다.
KT가 다시 타이브레이크의 기로에 선 2024년, 고영표가 또 시즌 최종전에서 중간계투로 던져 승리를 이끌었다.
고영표는 지난 21일 SSG전 선발 등판 이후, 띄엄띄엄 잡힌 KT 일정 속에 6일이나 쉬었다. 그러나 28일 열린 키움과 최종전에 선발 등판하지 않았다. 어쩌면 SSG와 치르게 될지 모를 또 한 번의 타이브레이크, 5위 결정전 선발을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SSG보다 1경기를 더 치르고 0.5경기 차 앞선 채 맞은 28일 최종전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SSG 최종전 결과에 따라 가을야구에 가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 고영표는 중간계투로 대기했다.
선발 웨스 벤자민이 3.1이닝 만에 교체됐고 주권이 0.1이닝을 던진 뒤 1-6으로 뒤지던 4회초 2사 1·2루 고영표가 등판했다. 선발 등판 며칠 전 불펜피칭 삼아 20~30개 정도, 1이닝만 던질 계획으로 등판했다.
그러나 4회말 KT가 대거 5득점을 뽑아 6-6 동점을 만들었다. 잡아야만 하는 경기가 잡을 수 있는 경기가 됐고, 고영표는 5회초에도 등판했다. KT가 5회말 1점, 6회말 1점, 7회말 2점을 뽑아 10-6으로 역전하는 동안에도 계속 던졌다.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 교체할 수가 없었다. 고영표의 공은 최상이었다. 키움 타자들을 빠른 승부로 맞혀잡아 돌려보냈다. 4회초 공 4개로 0.1이닝을 끝낸 고영표는 5회초를 5개, 6회초를 12개, 7회초를 6개, 8회초를 11개로 끝냈다. 4.1이닝을 던졌지만 37개밖에 던지지 않은 고영표는 9회초에도 등판해 11개를 던지고 2사 2루에서 마무리 박영현에게 공을 넘겼다. 승부수를 밀어부친 KT는 10-7로 승리했고 고영표는 승리투수가 됐다. 5이닝을 48개로 막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만 해도 KT는 10월1일 타이브레이크가 열릴 경우, SSG에 가장 강한 투수 고영표를 선발로 하고 엄상백을 그 다음날 예정된 와일드카드 1차전 선발로 정해놨다. 1경기를 더 남겨둔 SSG가 30일 최종전에서 지면 그대로 KT는 5위를 확정, 2일 와일드카드전으로 직행한다. 그러나 SSG가 승리하면 1일 타이브레이크를 치러야 한다. KT가 고영표를 앞세워 최소한 타이브레이크를 확보한 대신 5이닝 투구로 사실상 선발과 다름 없는 투구를 한 고영표의 사흘 뒤 타이브레이크 선발 등판은 어려워졌다.
KT는 타이브레이크가 열릴 경우 선발 등판을 엄상백으로 조정한다. 그렇게 와일드카드 진출시에는 1차전 선발도 조정된다. 그 다음 차례였던 윌리엄 쿠에바스가 유력하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고영표의 활용법에는 또 문이 열린다. 타이브레이크를 승리해야 가을야구 진출 팀으로 기록되고 와일드카드전의 기회도 생기는만큼 48개밖에 안 던진 고영표가 다시 한 번 중간계투로 등판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와일드카드로 직행할 경우에는 계획대로 선발진을 운용하고 고영표는 준플레이오프 진출시 선발 등판할 수 있다. 여러 모로, KT로서는 타이브레이크가 사라지는 것이 최상이다.
KBO 역사상 타이브레이크는 KT가 삼성과 정규시즌 1위를 놓고 붙은 2021년이 유일하다. 역대 두번째이자 가을야구 진출 마지노선인 5위를 놓고 격돌하는 타이브레이크는 성사된다면 올해가 처음이고 또 KT가 주인공이 된다. KT는 29일 하루는 완전히 쉬고 30일 오후 훈련을 치른 뒤 저녁에 SSG의 최종전을 보며 운명이 결정되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