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40·삼성)은 지난 7월말 삼성에 입단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LG에 요청해 방출된 뒤 마운드를 떠나있던 송은범은 홀로 운동하며 현역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고 시즌 중에도 불펜을 수집하던 삼성의 손을 잡았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도 한 달 간 경산의 2군에서 준비하던 송은범은 지난 8월29일 1군에 등록됐다. 8월31일 KIA전을 시작으로 9경기에 등판해 8.1이닝 8피안타 1실점으로 평균자책 1.08을 기록하며 2홀드를 거뒀다.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은 삼성은 마운드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최지광이 다쳤고 오승환이 부진해 2군에 가면서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의 약점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이다. 비록 시즌 막바지 한 달밖에 던지지 않았지만 아주 안정된 모습을 보여준 송은범을 가을야구 구상에 포함시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송은범을 포스트시즌 구상에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송은범은 워낙 많은 경험을 했고 지금 상태로는 구위가 나쁘다고 보이지 않는다. 우리 불펜에 큰 경기 경험한 투수들이 많지 않다. 임창민, 김재윤 그리고 송은범 정도”라고 밝혔다. 중간계투에서도 여러가지 보직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송은범을 어떤 식으로 요긴하게 기용할 수 있을지, 포스트시즌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송은범은 가을야구 경험이 매우 많다. SK에서 선발로, 불펜으로 한국시리즈만 12경기에 등판해 3승1패 1세이브 2홀드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도 2번, 준플레이오프는 한화와 LG를 거치면서 5차례 치렀다.
SK가 ‘왕조’로 불리던 시절 김광현과 국내 선발 원투펀치로 뛰었던 송은범은 2018년 이후 중간계투로 전환했다. 트레이드, 자유계약선수(FA), 방출을 모두 겪었다. 1군에 설 기회를 얻지 못하자 새 기회를 얻기 위해 방출을 요청하고, 새 팀을 찾지 못했어도 포기하지 않고 혼자 몸을 만들 줄 아는 베테랑 투수다. 1년 여 만에 1군 마운드에 섰지만 통할 정도의 공을 던질 수 있을 만큼 준비한 송은범은 다시 가을야구에 설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송은범이 선 마지막 포스트시즌 무대는 LG에서 뛴 2020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마지막이다.
불혹이 된 투수가 반 년 넘게 프로야구를 떠나있다 돌아온 것보다 더 화제가 된 것은 ‘찡은범’의 표정이다. 던지기 전 포수와 사인을 교환할 때 유난히 찡그리는 표정이 매우 화제가 됐다.
평소엔 무슨 얘기를 해도 방실방실 잘도 웃으며 얘기하는 송은범의 찡그리는 얼굴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에서 뛰면서부터다.
송은범은 “잠실구장에서 포수 앉는 위치에 그늘이 져 있다. 사인이 잘 안 보일 때가 많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찡그렸었다. LG에서 던질 때 항상 그랬는데 그때는 아무도 뭐라고 안 했는데 삼성에 온 뒤로 유독 찡그린다고 해서 나도 당황했다”고 털어놓으며 “삼성에 온 뒤에는 (사인은 잘 보이지만) 진짜 너무 덥고 힘들어서 그런 것 같다. 가을 되고 이제 선선해지니까 이제는 좀 (표정을) 풀고 던지게 노력해보겠다”고 웃었다.
송은범은 “내가 삼성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영광까지는 욕심내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4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다시 서게 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