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곤(33·SSG)은 굳이 따지자면 조연에 가까운 선수다. 선발 라인업에 꼬박꼬박 이름을 올리는 선수가 아니다. 그래도 내·외야 수비가 다 되고, 필요할 때 쏠쏠한 ‘한 방’을 날려준다.
더그아웃을 밝게 만드는 ‘분위기 메이커’인 점까지 고려하면 존재감이 결코 작지 않다. 9월 한정, 오태곤은 SSG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다. 16경기 타율 0.356, 4홈런, 12타점, OPS 1.120을 기록 중이다.
오태곤은 시즌 막판 5강 싸움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가령 오태곤은 지난 25일 창원 NC전에서 좌완 에이스 카일 하트를 상대로 결승 3점포를 터트렸다.
패할 경우 포스트시즌 탈락이 확정되는 28일 대전 한화전에선 몸을 사리지 않는 호수비와 2안타, 2득점 활약을 펼쳤다. 오태곤은 최근 치열한 순위 경쟁이 이어지는 와중에 이숭용 SSG 감독을 모처럼 밝게 웃게 했다.
오태곤과 이 감독은 과거 KT에서 선수와 코치로 인연을 맺었다. 평소 이 감독에게 종종 장난을 거는 오태곤은 “내년에 (추)신수 형이 은퇴하면, 주전 선수들이 돌아가며 지명타자를 하니까 한 자리가 남는다”며 “감독님께 ‘내년엔 주전 경쟁 한 번 펼쳐보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베테랑의 당찬 각오에 웃음을 터트린 이 감독은 “15년 동안 안 된 거면 안 된다”고 맞받아치면서 “그것보다 뒤에 할 일이 많다”고 어깨를 다독였다.
오태곤은 “감독님이란 자리는 외롭고 쓸쓸한 자리다. 긴장을 풀어드리려고 평소 장난도 많이 친다”며 “주전을 하면 좋지만, 안 되면 뒤에서 묵묵히 팀을 받쳐야 한다. 그래야 뎁스가 좋아지고 팀이 돌아간다”고 진심을 전했다.
SSG는 30일 인천에서 키움과 정규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이기면 1일 KT와 5위 결정전을 치르고, 패하면 2024시즌의 마침표를 찍는다. 직전 한화전에서 허리를 다친 오태곤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이 감독은 “허리가 좋지 않다. 한 경기, 한 경기 모든 걸 쏟아붓다 보니 힘이 빠진 것 같다”며 “(오)태곤이 포함 몸이 성한 선수들이 없는데, 마지막까지 온 만큼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