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0-3 완패할 때만 해도 지난 시즌의 반복이 예상됐다. 그러나 이후 5경기에서 4승1무의 놀라운 상승세로 급반전했다. 어느새 이탈리아 세리에A 선두로 올라섰다.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나폴리를 선두로 이끌면서 명장의 귀환을 알리고 있다. 전술적 유연성과 선수단을 하나로 묶는 특유의 카리스마가 빛을 내면서 기대 이상의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나폴리는 30일 홈에서 열린 2024-25 이탈리아 세리에A 6라운드 몬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전반 22분 마테오 폴리타노의 선제골 이후 전반 33분 에이스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의 추가골을 묶어 완승을 거뒀다. 나폴리는 점유율에선 49-51로 팽팽히 맞섰으나 슈팅수 11-5 등 공격의 효율성에서 앞선 데다 탄탄한 수비까지 자랑하며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나폴리는 시즌 4승1무1패로 승점 13점을 쌓아 유벤투스(3승3무·승점 12)를 제치고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뒤이어 밀라노 라이벌 AC밀란(승점 11)과 인터 밀란(승점 11)이 골득실 차이로 각각 리그 3·4위에 올라 있다.
콘테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지난 시즌을 10위로 마친 나폴리는 2024-25 시즌 개막전에서 약체로 꼽히는 베로나에 0-3으로 완패할 때만 해도 시즌 전망이 암울하기만 했다.
그러나 이후 5경기에서 4승1무로 거짓말 같은 반전을 이뤄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이끌던 2022-23 시즌 우승의 주역인 크바라츠헬리아(3골)와 콘테 감독의 수제자인 영입생 로멜로 루카쿠(2골)가 이끄는 공격진이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빅터 오시멘(갈라타사라이)과 피오트르 지엘린스키(인터밀란)가 떠났지만 루카쿠를 비롯, 스콧 맥토미니, 빌리 길모어 등 이적생들이 순조롭게 팀에 녹아들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흐트러졌던 조직력과 위닝 멘털리티가 살아난 게 고무적이다. 과거 유벤투스와 인터밀란에서 세리에A 우승을 일궜던 콘테 감독 특유의 팀 장악력과 카리스마가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스리백만 고집했던 기존 전술에서 4-2-3-1, 4-4-2 등 포백까지 운영하는 전술적 유연성도 더해지면서 시즌 초반 반전을 이뤄내고 있다.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아주로’는 이날 ‘선수들에게 적응할 수 있는 감독 콘테’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확 달라진 콘테 리더십을 조명했다. 이 매체는 “콘테는 항상 이탈리아 축구에서 가장 카리스마 있고 준비된 코치 중 한 명이다. 콘테는 강력한 전술적 규율과 스리백 중심의 연결된 접근으로 경력을 쌓았으나 오늘날 나폴리 벤치에 있는 그는 다르다. 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게 조정하고 놀라운 전술적 유연성을 보여주는 진화된 감독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팀 공격진의 기술적인 퀄리티와 비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4-3-3과 4-2-3-1을 도입했다. 특히 4-3-3에서 로보트카와 앙귀사의 재능을 살리고, 윙어들이 만들어낸 공간에서 루카쿠가 자유롭게 플레이하는 등 전술적 유연성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투지와 희생, 헌신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한 콘테 감독이 ‘팀퍼스트’ 기치 속에 팀을 하나로 단단히 묶어내며 전술적으로도 유연한 팀으로 만들었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우승을 바랐던 토트넘에서 실패한 뒤 공백기를 거쳐 지난 시즌 나폴리에 부임해 10위로 시즌을 마칠 때만해도 그의 전성기는 끝난 것처럼 여겨졌다. 비록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콘테 감독은 지난 시즌과는 확실히 달라진 나폴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건재와 진화를 함께 보여준 콘테 감독이 시즌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