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37·SSG)이 터트린 홈런 두 방은 팀을 5위 결정전으로 이끌었다. 동시에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추신수에게 ‘마지막 타석’을 선물했다.
최정은 30일 인천 키움전에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2홈런) 6타점 2득점으로 SSG의 7-2 승리에 앞장섰다. SSG가 뽑은 7점 중 6점을 홀로 책임졌다. 1, 2회 득점권 기회를 연이어 살리지 못하며 답답한 흐름이 이어지던 3회, 키움 김선기를 상대로 선제 투런포를 터트리더니, 3-0으로 앞서가던 4회 2사 만루에선 김동혁을 상대로 그랜드슬램을 작렬하며 주도권을 가져왔다.
최정은 경기 후 “최근에 감이 계속 좋지 않아 조금 답답했다. 오늘은 무조건 ‘홈런 스윙만 한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갔는데 홈런을 2개나 쳐서 기쁘다”고 미소지었다. SSG는 이날 비기기만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됐다. 반드시 승리해 5위 결정전까지 올라가야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긴장감이 클법한데, 최정은 거꾸로 마음이 가벼웠다고 한다.
그는 “포스트시즌까지 갈 길이 너무 멀어서 선수들이 오히려 더 욕심을 내지 않고 편안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포스트시즌 같은 느낌이 아니라 그냥 144경기 중 1경기 치르는 느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최정에겐 더 잘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주장 추신수가 타석에 설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해를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는 추신수는 어깨 부상으로 지난 10일 한화전 이후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고 있다. 순위 경쟁이 워낙 치열해 은퇴식까지 내년으로 미뤘다. 이날 경기도 만약 접전 양상으로 이어졌다면 추신수가 타석에 설 기회는 없었다. 추신수 자신도 원하지 않았다.
최정은 “(추)신수 형이 타이트한 경기가 진행되면 그냥 안 나가겠다고 감독님께 이야기했다길래, 시합 전에 점수 차이 크게 내면 되겠다고 이야기했다”며 “경기 후반에 여유가 생겨 신수 형이 마지막에 멋지게 타석에 설 수 있어 뜻깊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7-1로 앞선 8회말 1사에 하재훈의 대타로 출전해 만원 관중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마지막 타석에 섰다. 2루수 땅볼로 물러난 그는 더그아웃에 들어와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했고, 이숭용 SSG 감독과 진한 포옹을 했다. 자신이 타석에 선 것만으로 환호해준 팬들에겐 헬멧을 벗어 인사했다.
승리와 감동을 모두 챙긴 SSG는 1일 수원에서 KT와 5위 결정전을 치른다. 단판 타이브레이커에서 이기면 2일부터 잠실에서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른다. 최정은 “계속 이겨서 다시 인천에서 야구할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