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24년의 마침표…그리웠던 팬들과 함께였던 추신수의 마지막

입력 : 2024.10.01 11:39 수정 : 2024.10.01 14:41
추신수가 지난달 30일 인천 키움전 8회말 은퇴 전 마지막 타석을 소화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추신수가 지난달 30일 인천 키움전 8회말 은퇴 전 마지막 타석을 소화한 뒤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추신수(42·SSG)는 올시즌 내내 오른쪽 어깨가 좋지 않았다. 이 여파로 지난 9월10일 인천 한화전 이후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다. 24년 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는 시즌, 그의 마지막 타석은 끝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이숭용 SSG 감독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와중에도 주장으로서 선수단의 중심이 되어준 추신수에 대해 “멋지게 보내주고 싶은데, 안타깝고 미안하다”고 아쉬워했다.

정규시즌 최종전까지도 추신수가 마지막 타석에 설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SSG는 지난달 30일 인천 SSG랜더스드에서 키움과 정규시즌 144번째 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5위 결정전에 진출해 가을야구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추신수가 지난달 30일 인천 키움전 8회말 은퇴 전 마지막 타석을 소화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추신수가 지난달 30일 인천 키움전 8회말 은퇴 전 마지막 타석을 소화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경기가 끝까지 접전 양상으로 흘러갔다면, 추신수가 타석에 설 기회는 없었다. 추신수 자신도 팀에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경기 전 이 감독에게 “타이트하게 진행되면 경기에 나가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내심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베테랑으로서 또 주장으로서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그는 어느 정도 마음 정리를 했으나, 후배들은 그렇지 않았다. 경기 전 추신수의 속마음을 전해 들은 최정은 “점수 차이 크게 내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 약속처럼 최정은 3회 투런포, 4회 만루포를 터트리며 키움과 격차를 확 벌렸다.

7-1로 앞선 8회말 1사, 추신수가 하재훈 대타로 그라운드로 걸어 나왔다. 23000명의 만원 관중은 기립 박수로 다시 타석에 선 추신수를 환영했다. 추신수는 눈시울이 약간 붉어진 채로 헬멧을 벗고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배우자 하원미씨와 딸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추신수가 마지막으로 상대하게 된 투수는 자신보다 22살 어린 김연주였다.

추신수가 지난달 30일 인천 키움전 8회말 대타로 출전해 타격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추신수가 지난달 30일 인천 키움전 8회말 대타로 출전해 타격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공 2개를 지켜본 추신수는 3구째 직구를 타격했다. 어깨가 좋지 않아 매끄러운 스윙이 불가능한데도, 있는 힘껏 스윙했다. 아쉽게 2루수 땅볼을 친 추신수는 더그아웃 앞에 도열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한 뒤 이 감독과 진한 포옹을 했다. 추신수는 자신의 이름을 열렬히 연호해준 팬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추신수는 경기 후 “텍사스(MLB)에서 마지막과 한국에서 마지막은 확실히 온도 차가 있다. 텍사스에선 (코로나19로) 무관중이었고, 이번엔 만원 관중이었다”며 “팬들이 그리웠고, 이곳에서 몇 년을 뛰었든 그동안 감사했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추신수는 그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뛴 한국인 타자 가운데 최고로 평가받는 선수다. 긴 마이너리그 생활을 이겨내고 2005년 시애틀에서 빅리그에 데뷔해 클리블랜드 신시내티, 텍사스를 거쳤다. MLB 16시즌 동안 1652경기 타율 0.275, 218홈런, 157도루, 782타점, OPS 0.824의 성적을 남겼다.

추신수가 지난달 30일 인천 키움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배재흥 기자

추신수가 지난달 30일 인천 키움전 승리 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배재흥 기자

그러나 마지막 7시즌(2014~2020년)을 뛰었던 텍사스 팬들과 코로나19 때문에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하고 2021년 SSG에 입단했다. 마음 한편에 아쉬움을 남겼던 추신수는 2022년 통합 우승의 영광을 함께 한 SSG 팬들 앞에서 멋지게 마지막 타석을 소화했다.

만약 SSG가 5위 결정전을 뚫고 포스트시즌에 오르면 추신수에게도 타석에 설 기회가 추가로 주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추신수는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직접 가을야구를 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며 “이 자리에 오게끔 뛴 선수들이 경기에 나가야 한다. 뒤에서 팀원들을 응원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은퇴식이 내년으로 미뤄진 가운데 올시즌이 끝난 뒤 계획은 구체적으로 없다. 당장은 휴식이 필요하다. 추신수는 “몸도 마음도 지쳐서 일단 쉬고 싶다”고 했다. 부산고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2001년부터 쉼 없이 달려온 추신수의 야구 여정에 잠시 쉼표가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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