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축구계를 빛내는 별들이 하나 둘 그라운드를 떠나게 만든다. A매치에 나서는 국가대표선수로 좁히면 그 시기가 더 빠르다.
앙투안 그리에즈만(33·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추억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내 인생의 한 장을 마감한다. 멋진 삼색(프랑스 상징색) 모험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2014년 네덜란드와 평가전을 시작으로 쉼없이 프랑스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그가 스스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에즈만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프랑스에 우승컵을 안긴 주역으로 A매치 137경기를 뛰면서 44골을 넣었다. 그리에즈만이 보유한 A매치 최다 84경기 연속 출전 기록은 프랑스에서 그가 얼마나 필요한 존재였는지를 증명한다.
올해는 그리에즈만에 비견할 만한 선수들이 유독 A매치 무대에서 퇴장을 서두른 해이기도 하다.
영국의 ‘90min’은 이날 2024년 대표팀 은퇴를 발표한 선수들로만 베스트 일레븐 꾸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 우승컵을 안겼던 앙헬 디 마리아(36·벤피카)는 올해 코파아메리카 우승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 주역인 독일의 토마스 뮐러(35·바이에른 뮌헨)와 우루과이를 대표하는 주포였던 루이스 수아레스(37·인터 마이애미) 역시 그리에즈만에 못잖은 활약으로 자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수아레스는 과거 다른 선수를 물어뜯는 기행을 벌였으나 우루과이 통산 A매치 최다 득점 1위(69골)에 오를 정도로 골 감각이 남달랐다.
활동량이 중요한 미드필더에선 유독 은퇴 시기가 빨랐다. 독일의 토니 크로스(34)와 일카이 귄도안(34·맨체스터 시티), 스페인의 티아고 알칸타라(33)가 올해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크로스는 레알 마드리드에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안긴 올해 유로 2024까지 우승을 노렸으나 아쉽게 실패했다. 크로스와 알칸타라는 국가대표 뿐만 아니라 선수로서도 은퇴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수비수에선 헤수스 나바스(39·세비야)와 얀 베르통언(37·안더레흐트), 페페(41)가 올해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포르투갈 국적을 선택한 페페는 41살이 넘는 나이에 유로 2024에 참가하면서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최고령 신기록을 세웠고, 나바스는 스페인에 유로 2024 우승컵을 안기며 노익장을 자랑했다. 베르통언은 벨기에 황금 세대의 한 축이었다.
골키퍼에선 마누엘 노이어(38·바이에른 뮌헨)가 유로 2024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났다. 노이어는 독일을 넘어 세계 최고의 골키퍼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선수였다. A매치 124경기를 뛰었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정상에 오르는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