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곽빈은 명실상부 두산 1선발로 우뚝 섰다. 30경기 등판해 167.2이닝 동안 평균자책 4.24, 15승(9패)로 삼성 원태인과 함께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다. 부침이 없던 건 아니지만 다른 선발들의 잇따른 부상 속에서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다. 월간 MVP를 차지했던 5월에는 컨디션 좋은 곽빈이 얼마나 위협적인 투수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한 달 평균자책점 1.48을 기록하며 4승(무패)을 쓸어담았다.
곽빈은 이제 2일 잠실에서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선발로 나선다. 브랜든 와델은 6월 부상 이후 여전히 재활 중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홀로 남은 외국인 투수 조던 발라조빅은 이번 시리즈 불펜으로 대기한다. 곽빈 외에 확실한 선발이 없다. 더 높은 단계로 계속 진출한다 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곽빈이 무너진다면 두산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2018년 데뷔 이후 곽빈은 벌써 2차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선발로 나갔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두산이 치른 2차례 와일드 카드 결정전 모두 곽빈이 1차전 선발이었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2021년 키움전 선발로 나서 4.2이닝 동안 2피안타 1실점만 했지만 팀이 4-7로 패했다. 지난해 NC 상대로는 3.2이닝 4피안타 5실점을 했고, 역시 9-14로 패했다. 3회까지 매이닝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완벽하게 출발했지만, 4회 갑작스럽게 무너졌다. 2사까지 잡아낸 뒤 서호철에게 만루홈런을 맞았고, 김형준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았다.
2021년 정규시즌 4위였던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졌지만 2차전 승리로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5위였던 지난해는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지면서 그대로 가을 야구를 마쳤다. 곽빈에게도 가장 아픈 기억 중 하나다. 지난 24일 정규시즌 홈 최종전을 마치고 곽빈은 팬들 앞에 서서 “작년에 가을야구 제가 못하지 않았나. 올해는 꼭 설욕하겠다”고 큰 소리로 다짐했다. 올해로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3번째 선발, 이번에야 말로 증명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 포스트시즌 전체를 통틀어 5차례 등판해 2패만 기록한 ‘무승 징크스’도 털어낼 기회다.
조건은 좋다. 4위로 진출한 덕에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까지 1번만 무승부 이상을 기록하면 준플레이오프로 향한다. 5위였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심적 부담이 작다. 초유의 와일드카드 결정 진출전이 성사되면서 상대보다 체력적으로도 앞선다. 1일 수원에서 열리는 KT-SSG전 승자가 곽빈을 만난다.
곽빈은 정규시즌 KT를 상대로 아주 강했다. 6차례 등판해 5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1.51로 극강이었다. 이번 시즌 두산이 KT에 12승 6패로 압도적 우세를 차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곽빈의 활약이었다. SSG 상대로는 썩 결과가 좋지 않았다. 2차례 등판해 도합 8이닝 6실점을 했다. 8월 경기때 2이닝 6실점 난타를 당했다. 물론 정규시즌 성적은 어디까지나 참고 자료다. 강했던 KT를 상대로도 방심할 수 없고, 대량실점 했던 SSG를 만난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인천에서 열린 8월 SSG전은 부진했지만, 잠실에서 열린 6월 경기 때는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잠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