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홈런 모자랐던 국내타자 최초 40-40 도전, 후련섭섭한 김도영의 솔직 인터뷰
김도영(21·KIA)은 올해 설에 가족과 함께 광주 인근 절로 나들이를 갔다가 소원을 적어 빌고 왔다. ‘건강’만 세 번을 적었다. 프로 데뷔후 2년 간 크고 작은 부상에 날개를 미처 펼치지 못했던 김도영의 올해 가장 큰 목표는 다치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하는 것이었다. 한 번은 다 뛰어봐야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목표를 설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문을 열자 마구마구 터졌다. 3월 잠깐 부진했으나 4월에 리그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를 쳐버렸다. 고척돔 천장을 뚫을듯한 초대형 홈런의 괴력까지 보여주자 와글와글, 30홈런-30도루에 대한 기대가 피어났다. 5월초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김도영은 “이러다 못하면 팬들이 실망할 것 같다”며 “30-30 못 한다고 빨리 기사 써주세요”라고 농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도영은 6월,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20홈런-20도루를 했고 8월에 최연소 및 최소타석 30홈런-30도루를 달성해버렸다. 기대치는 계속 높아져만 갔고 국내타자 중에는 아무도 하지 못했던 40홈런-40도루까지 당연한 목표가 되고 말았다.
김도영 스스로 그렇게 만들었다. 9월16일 KT전에서 2홈런을 한꺼번에 때려 37호, 23일 삼성전에서 40호 도루와 함께 38호 홈런을 치면서 김도영은 KBO리그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진기록에 대한 기대감을 마구 심어주었다.
지난 9월30일 NC전을 끝으로 정규시즌을 마친 김도영은 결국 홈런 2개를 채우지 못했다. 38홈런-40도루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애써 감춰도 아쉬움은 얼굴에 묻어있었다. 그러나 그저 부상만 없으면 좋겠다고 했던 1월과 진짜 내가 30-30을 할 수 있을까 했던 5월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 인터뷰실에 앉았다.
김도영은 “홈런 2개 남으면서부터 의식이 됐다. 그 뒤로는 사실 매타석 ‘홈런쳐야지’ 생각했다. 그러다 (28일) 사직 롯데전 끝나고부터는 즐겼다. 이런 순간들이 야구하면서 또 올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하고 싶었던 것 다 해봤다. 허무하기도 하지만 재미있었다”며 “후회는 없다. 후반 들어 실수도 많았지만 느낀 게 더 많다. 다음에 이런 순간이 또 온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배웠다. 진짜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팀의 우승도 이미 결정된 상황, 마음놓고 기록에 도전해도 되는 가운데 김도영은 마음껏 스윙했고 스릴 넘치는 최종전을 치렀다. 김도영은 “하고 싶은 것 다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배운 게 많다”면서도 40홈런을 채우지 못한 이유를 스스로 분석했다.
김도영은 “후반기 들어서 홈런이 자꾸 센터로 나오니까 좌측으로 치고 싶은 생각이 강했다. 홈런 의식 안 할 때는 공이 오면 결대로 밀어서 가운데로 홈런이 잘 나왔는데, 좌측으로 쳐야지 생각하니까 작년에 좀 안 좋았던 손 쓰는 버릇이 후반부에 나온 것 같다. 오늘도 우측으로 홈런이 나올 수 있는 공이 충분히 있었다. 40홈런을 못 친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그것 또한 전부 크게 배웠다고 생각한다. 또 한 번 이런 순간이 오면 그때는 정말 잘 할 자신있다”고 말했다.
김도영은 홈런과 도루뿐 아니라 8월에는 안타-2루타-3루타-홈런을 차례로 치는 내츄럴사이클링히트를 역대 두번째(4타석 완성은 최초)로 쳤고, 3할-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을 달성했다. 기존의 KBO 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2014년 서건창 135득점)을 경신한 것도 모자라 143득점으로 마치며 일본프로야구에서 1950년 고즈루 마코토가 기록한 한 시즌 최다 득점과 타이를 이뤘다. 74년 된 아시아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한 득점과 장타율(0.647) 부문에서 1위에 올라 KBO 타격 2관왕에 오른 김도영은 OPS(출루율+장타율) 1.067로 역시 리그 1위의 어마어마한 기록의 시즌을 남겼다.
김도영은 올해 만든 여러가지 기록 중 3할-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에 가장 애정을 보였다. 김도영은 “홈런도 칠 수 있고 타점능력도 있고 달리기가 빨라 득점까지 기록할 수 있는, 다 되는 선수로서 뜻깊은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꿈꿔왔던 야구가 그런 것이었기 때문에 내년에도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KBO리그에서 김도영이 모두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고 있을 때, 메이저리그에서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최초의 50홈런-50도루를 기록했다. 경기 수부터 ‘사이즈’가 다른 리그지만 야구만화 주인공처럼 잘 하는 둘의 진기록 페이스가 비교되곤 했다.
김도영은 “오타니와 비교는 말이 안 된다. 전혀 신경 안 썼다. 오타니는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다”고 했다. ‘한국의 만찢남 아니냐’는 말에는 “아니죠. 만찢남은 수비도 잘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3루수 김도영은 올해 수비로 고생했다. 실책을 30개 기록했다. 30홈런-30도루에 30실책까지 했다며 비아냥대는 시선도 있었다. 김도영도 시즌 초반부터 수비 생각에 많은 압박감을 느꼈다. 3년차인 점을 고려하면 수비까지 완전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지만 김도영은 욕심을 낸다.
김도영은 올해 스스로에게 90점을 줬다. 마이너스 된 10점은 수비 때문이라고 했다.
김도영은 “그래도 수비에서 배운 게 많다. 수비에서도 실패한 시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데뷔 첫해에도 타격에 대해 배운 게 많아서 의미있는 시즌이었다고 했다. 올해도 수비에서는 의미있는 한해였다. 내년에는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실책 30개를 했다. 28개 아니고 깔끔하게 30개 했다. 대신 오늘 실책 31개는 절대 하지 말자 생각하고 경기했다. 내년에는 수비 잘 할 수 있다”고 다짐했다.
그 무엇보다 올해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시즌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상 없이 잘 치러냈다는 점이다. 김도영은 “시즌 전에도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1군에 있고 싶다고 했는데 그 점을 나 스스로에게 가장 잘 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며 “풀타임을 뛴 그 다음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을 위해 좀 더 단단히 준비하고 작년보다 훈련을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범호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출전했다가 손가락이 골절돼 재활하느라 타격훈련이 늦었던 김도영은 개막 직후인 3월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그래도 이범호 감독은 “훈련이 늦었으니 당연한 것”이라며 올해 김도영이 터질 것을 믿고 기다렸다.
김도영은 “초반에 안 될 때도 마냥 믿어주셔서 결국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다른 감독님이었다면 초반에 나를 뺐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는 빼야 될만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작년에 내가 이룬 것이 없는데도 계속 주전이라고 강조해주셨다. 덕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감독님은 항상 선수 위주로 경기를 준비해주신다. 모두가 감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년을 다짐했다. 더 큰 자신감을 장착하고 몇 단계를 훌쩍 올라선 김도영은 내년 목표를 설정했다. 김도영은 “올해 내가 못한 기록은 40홈런이다.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은 기록이었지만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 목표는 40홈런으로 가져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됐지만 빛났고 즐거웠던 정규시즌을 마무리 한 김도영은 이제 ‘가을야구 마인드’로 모든 것을 전환한다.
김도영은 “(40홈런 도전을 통해 장타를) 의식하면 역시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한국시리즈 가서는 팀에 보탬이 되는 데만 집중하겠다. 출루할 수 있을 때 하고 팀 배팅 해야 할 때 하겠다. 시즌 전처럼 생각하겠다”며 “사흘간 쉬면서 야구를 완전히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겠다. 후반기 들어서 기록을 의식하면서 변했던 내 모습들을 다시 초기화시켜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리셋하고 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