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는 올시즌을 시작하기 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첫 연습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일본프로야구 지바롯데와의 경기에서 우월 솔로 홈런과 2루타 등 장타력을 선보였다. 이렇게 기대감을 키운 레이예스는 “아직까지는 준비 과정이다. 시즌 개막 후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라고 약속했다.
레이예스의 ‘약속’은 개막 후 바로 이뤄졌다. 개막 후 한 달 동안 30경기 타율 0.347 4홈런 19타점 등을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같은 활약은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매달 3할대의 타율을 유지했고 꾸준히 안타를 생산했다.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자신의 강점을 앞세워 팀 타선을 이끌어갔다. 매달 30개 언저리의 안타를 뽑아냈다.
레이예스는 화려한 플레이를 자랑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김태형 롯데 감독이 “홈런을 치는 타자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세리머니나 제스처가 크지도 않다. 다만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외인 타자다. 인터뷰도 ‘정석’에 가까운 대답만 한다.
그러나 레이예스는 자신만의 뚝심으로 새 역사를 써냈다. 올시즌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출장한 레이예스는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한동안 깨지지 않을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레이예스는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올시즌 201번째 안타와 202번째 안타를 한꺼번에 쳤다.
201번째 안타는 5회 나왔다. 앞서 1회 첫 타석에서 NC 선발 이재학을 공략하지 못하고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레이예스는 3회에는 중견수 플라이 아웃됐다.
그러나 세번째 타석에서는 놓치지 않았다. 1-0으로 앞선 5회초 2사 2루에서 레이예스는 이재학의 초구 142㎞짜리 직구를 받아쳐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이 안타로 2014시즌 KIA 서건창(당시 넥센)이 달성한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 타이 기록을 달성했다.
안타 하나면 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상황이었다. 7회 네번째 타석에 들어선 레이예스는 6구째까지 씨름하다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리고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가 나왔다. 고승민의 2점 홈런으로 4-1로 앞선 9회초 2사 2루의 득점 찬스를 맞이한 레이예스는 NC 김재열의 2구째 포크를 공략해 좌전 안타로 연결했고 2루에 있던 대주자 장두성의 홈인을 이끌어냈다. 레이예스가 202안타를 쳐내며 새 기록을 달성했다. 이 안타로 롯데는 5-1로 앞섰고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롯데는 올시즌 성적을 7위로 마무리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외국인 농사만큼은 성공했다. 레이예스가 대기록을 세우면서 위안받을 수 있게 됐다.
레이예스는 “오늘 정말로 잊을 수 없는 하루”라며 “그래도 올 시즌 아프지 않고 건강한 시즌을 보낼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올 시즌을 돌아보면 초반에 팀 성적이 떨어져서 최대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 집중했던 것 같다”라며 “그래도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0, 201안타와 두산 전 끝내기 그랜드 슬램이 생각난다”라고 돌이켜봤다.
레이예스는 “오늘 기록을 위해 모든 팀원들이 한 타석이라도 더 만들어 주려고 하는 모습들이 기억나는데 너무나 감사하다. KBO리그 최다 안타 기록은 모든 팀원이 배려에서 나온 것 같다. 다시 한 번 감사하다”라고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