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의 마지막 팀까지 정해지면서 가을야구가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두산과 KT가 2일 잠실에서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을 치른다. 두산과 KT는 각각 곽빈과 윌리엄 쿠에바스를 선발로 예고했다. 두산이 일찌감치 4위를 확정했고, KT는 전날 수원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 진출전에서 SSG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막차를 탔다.
정규시즌 전적만 따지면 두산이 많이 앞선다. 16차례 맞대결에서 두산은 12승 4패를 기록해 KT를 압도했다. 두산이 이번시즌 가장 좋은 상대전적을 기록한 팀이다. 도합 118득점을 하면서 69실점만 했다. 반대로 KT는 “두산만 만나면 꼬인다”는 말이 나올 만큼 고전했다.
선발 곽빈도 KT에 특히 강했다. 정규시즌 개인 15승 중 5승을 KT 상대로 따냈다. 6차례 등판해 35.2이닝 동안 7실점(6자책)만 하면서 평균자책 1.51로 5승 무패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KT 상대 등판인 지난달 14일에도 5이닝 동안 볼넷 5개를 내줬지만 2안타만 내주며 1실점(0자책)으로 호투했다. 불펜진도 KT 상대로 성적이 나쁘지 않다.
KT전 37타수 16안타로 타율 0.432를 기록한 허경민을 비롯해 주축 타자들도 대부분 KT에 강했다. 김재환이 KT 상대 15경기에서 홈런 5개를 때렸다. 김재환은 1차전 KT 선발인 쿠에바스 상대로도 이번 시즌 5타수 2안타를 쳤다.
공수 핵심인 포수 양의지의 컨디션 난조는 뼈아프다. 시즌 막바지 쇄골 통증이 이어지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역시 백업 김기연이 선발 마스크를 쓸 공산이 크다. 김기연은 이번 시즌 제 역할을 다했지만, 포스트시즌은 처음이다. 김택연, 이병헌 등 어린 투수들과 가을야구는 처음인 포수가 배터리를 이룬다. 노련한 KT 타자들의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
KT는 전날 역전승의 기세를 이어가려 한다. 가을무대에서 정규시즌 전적은 결국 참고자료에 불과할 수 있다. 선발 쿠에바스가 두산 상대로도 3차례 등판에 평균자책 5.79 1승 2패에 그쳤다. 시즌 내내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워낙 경험이 풍부한 투수다.
두산 상대 OPS 0.952를 기록한 멜 로하스 주니어를 기점으로 타선의 응집력 역시 살아있다. 전날 SSG전 KT는 8회 3점을 내며 경기를 뒤집었다. 로하스는 이날만 홈런 2개를 때렸다. 리그 최고의 타자 로하스가 절정의 컨디션으로 가을야구를 시작한다는 건 좋은 신호다.
두 팀 모두 불펜이 탄탄하다. 여차하면 양쪽 모두 빠르게 선발을 내리고 불펜 싸움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 두산은 기존 구원진에 외국인 투수 조던 발라조빅까지 가세한다. KT 역시 고영표를 불펜에서 활용 중이다.
최소 1경기, 최대 2경기가 열리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가 많이 유리하다. 1차전에서 KT가 비기거나 패하면 그걸로 끝이다. 1차전에 이어 2차전까지 내리 잡아야 KT가 위로 올라간다. 두산은 1경기만 무승부 이상을 기록하면 된다. 1차전을 KT가 이기면 바로 다음 날인 3일 같은 잠실에서 2차전이 열린다.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도입 이후 5위가 4위를 꺾은 사례는 한 차례도 없었다. 2차전까지 간 경우도 2016년과 2021년 2차례뿐이다. 두 번 모두 4위 팀이 2차전 승리로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갔다.
두산은 지난해 5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 첫판에서 패하고 빠르게 짐을 쌌다. 이번 시즌은 유리한 고지를 점한 만큼 당연히 더 높은 단계를 노린다. KT는 와일드카드 첫 업셋의 주인공이 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