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고졸 신인이 데뷔 첫해부터 마무리를 꿰차더니, 이제는 포스트시즌 뒷문까지 책임진다. 두산 김택연이 담담하게 생애 첫 가을야구를 준비하고 있다. 긴장이 되는 건 당연하지만,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려 한다.
김택연은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 2.08에 3승 2패 4홀드 19세이브로 신인왕을 예약했다. 시즌 중반부터 마무리를 맡아 팀 승리를 지켰다. 이승엽 감독이 “없는 살림”이라고 할 만큼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는 중에도 두산이 4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에 김택연의 기여가 작지 않다.
두둑한 배짱으로 “보통 19살이 아니다”는 칭찬을 여러 번 들었지만, 그 역시 처음 맞는 포스트시즌은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 김택연은 1일 잠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선배님들이 다들 ‘포스트시즌은 공기부터 다르다’고 하시더라”면서 “당연히 긴장되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대도 크다”고 말했다. 개막전 전날 같은 긴장감이지만 느낌이 또 다르다고 했다.
두산은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는 만큼 KT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1차전을 비기기만 해도 바로 준플레이오프로 올라간다. 1차전을 설혹 내주더라도 1차례 기회가 더 있다. 하지만 믿을만한 선발이 곽빈 1명뿐이라는 건 고민거리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물론 그 이후로도 불펜에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불펜의 핵은 역시 김택연이다.
김택연은 “큰 경기는 상대를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마운드 올라가서 ‘저 나이답지 않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맞더라도 배짱 있게 던지려 한다.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니까, 비록 완벽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후회없이 던지고 싶다”고 덧붙였다.
두산은 정규시즌 KT 상대로 12승 4패로 강했다. 김택연도 KT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마무리 보직 이동 전이던 5월11일 KT전, 김택연은 무사 2·3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이후 세 타자를 모조리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세 타자 상대 공 15개 중에 14개가 직구였다. 김택연 스스로 “이번 시즌 최고의 직구였다”고 할 만큼 공이 좋았다. 두산뿐 아니라 KBO 모든 팬에게 김택연이라는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새겨넣은 경기였다. 김택연이 그때 같은 압도적인 공을 던진다면 두산은 경기 후반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김택연은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푹 쉬면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지난달 26일 롯데전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김택연은 “롯데전은 볼넷도 3개씩 주고 만족스러운 투구가 아니었다”며 “밸런스가 좀 안좋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빠르게 잡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전에선 최고의 무기인 직구를 앞세우면서도 상황에 따라 슬라이더를 적절히 사용할 계획이다. 제3구종으로는 체인지업과 스플리터를 모두 준비 중이다.
김택연은 데뷔전 1이닝 2실점으로 쓴맛을 봤다. 김택연은 “너무 잘하려고 하면 개막전처럼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원래 하던 대로, 가진 것만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