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는 지난 2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팀의 자존심을 살렸다.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대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날 레이예스는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1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안타 2개를 때려냈다. 올시즌 201번째 안타와 202번째 안타다.
1회와 3회 범타로 물러난 레이예스는 1-0으로 앞선 5회초 2사 2루에서 레이예스는 이재학의 초구 142㎞짜리 직구를 받아쳐 중전 적시타로 연결했다. 이 안타로 2014시즌 KIA 서건창(당시 넥센)이 달성한 역대 한 시즌 최다 안타 타이 기록을 달성했다.
안타 하나만 더하면 새 역사를 쓰는 상황이었다. 레이예스는 7회 네번째 타석에 들어선 레이예스는 6구째까지 씨름하다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마지막 타석에서는 기회를 살렸다. 고승민의 2점 홈런으로 4-1로 앞선 9회초 2사 2루의 득점 찬스를 맞이한 레이예스는 NC 김재열의 2구째 포크를 공략해 좌전 안타로 연결했고 2루에 있던 대주자 장두성의 홈인을 이끌어냈다. 레이예스가 202안타를 쳐내며 새 기록을 달성했다. 이 안타로 롯데는 5-1로 앞섰고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올시즌 성적을 7위로 마무리했다.
롯데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기정화된 사실이었다. 그러나 1982년 프로야구 출범 후 한 시즌 가장 많은 안타를 친 타자를 배출해내면서 위안을 삼았다. 레이예스는 최다 안타 부문 타이틀도 가져갔다. 롯데는 2021년 전준우가 192안타로 이 부문 타이틀을 가져간 이후 2년 만에 타이틀 홀더를 배출하게 됐다.
롯데는 최근 몇 년 동안 외국인 타자 문제로 골머리를 안았다. 지난해에도 2022년 대체 외인 타자로 영입했던 잭 렉스와 정식 계약했으나 그가 무릎 부상을 입으면서 니코 구드럼으로 교체했다. 구드럼은 50경기 OPS 0.760으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긴데다 시즌 막판에는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성실하지 못한 자세까지 보여 더 아쉬움을 남겼다.
올시즌을 앞두고 롯데는 ‘장타력이 있는 외야수’라는 조건으로 새 외국인 타자를 물색했고 레이예스가 적임자가 됐다. 레이예스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5시즌 동안 39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4를 기록했다. 구단은 간결한 스윙을 바탕으로 하는 컨택 능력과 강한 타구 생산에 주목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롯데가 생각한대로의 모습을 보여줬다. 기대한 성적 그 이상이었다. 레이예스는 개막 후 한 달 동안 30경기 타율 0.347 4홈런 19타점 등을 기록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이같은 활약은 시즌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매달 3할대의 타율을 유지했고 꾸준히 안타를 생산했다.
홈런을 뻥뻥 때려내는 화려한 스타일의 플레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두자릿수 홈런(15홈런)을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144경기 전경기를 선발 출장하는 체력도 자랑했다. 시즌 막판에는 대기록을 고려해 김태형 롯데 감독이 “수비를 빼주겠다”라고 해도 레이예스는 “수비를 하는게 낫다”라고 했다.
롯데는 이런 활약을 한 레이예스가 내년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김태형 감독도 이런 뜻을 밝혔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들은 자기 역할은 다 해줬다”라고 했다.
특히 레이예스에게는 김 감독만의 ‘배려’도 했다. 김 감독은 “(레이예스에게) 말 놓으라고 했다. 나한테는 인사도 안 해도 된다고 했다”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롯데는 올시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면서 7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다음 시즌 만회하려면 외국인 선수들과의 재계약이 중요하다. 롯데로서는 레이예스를 반드시 잡아야한다.
레이예스 역시 긍정적이다. 그는 롯데 팬들의 응원을 바라보며 “커리어 통산 이런 열정적인 응원은 정말 처음이다. 이런 팬들과 같이 야구를 할 수 있다는 부분에 감사하고 행복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팬들과 함께 롯데에서, 부산에서 오래오래 야구를 하고 싶다”라고 바람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