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대한축구협회 감사에 “축구 행정 자율성 필요” 경고장…실제 제재 가능성은?

입력 : 2024.10.03 10:00 수정 : 2024.10.03 12:13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자서전을 선물한 뒤 같이 읽어보고 있다. FIFA 제공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자서전을 선물한 뒤 같이 읽어보고 있다. FIFA 제공

국제축구연맹(FIFA)이 대한축구협회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감사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FIFA는 지난달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와 문체부의 감사를 언급하며 축구 행정의 자율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공문을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대한축구협회의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불공정 의혹이다.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국회에 출석해 질의를 받았고, 문체부의 감사 대상이 됐다. 문체부는 최근 중간발표를 통해 홍명보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협회가 불공정한 절차를 밟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FIFA의 이러한 움직임은 각국 축구협회의 독립적 운영을 중시하는 FIFA의 기본 원칙에 따른 것이다. FIFA 정관은 회원 협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제삼자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각 협회가 모든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FIFA는 과거 이런 원칙을 위반한 국가들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한 바 있다. 2015년 쿠웨이트 정부가 자국 체육 단체의 행정에 개입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하자, FIFA는 쿠웨이트축구협회의 자격을 정지 시켜 국제대회 출전권을 박탈했다. 이로 인해 쿠웨이트는 2018 러시아 월드컵과 2019 아랍에미리트 아시안컵 예선 잔여 경기를 몰수패 처리당했다.

그러나 FIFA의 경고가 반드시 실제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2010년 프랑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프랑스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팀 내분으로 인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에 프랑스 정부가 개입하여 축구협회장을 국회로 소환하는 등 엄중 문책에 나섰고, FIFA는 이를 경고하는 공문을 프랑스축구협회에 보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FIFA의 경고에 대해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FIFA의 징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FIFA의 경고가 항상 실제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해당 국가의 대응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대한축구협회는 현재 문체부의 감사 결과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고 있다. 협회는 감독 선임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했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으며,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한 전력강화위원회의 역할에 오해가 있다며 문체부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번 FIFA의 공문이 현재 진행 중인 문체부의 감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악의 경우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 진출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FIFA의 경고가 반드시 실제 제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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