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철 KT 감독이 3일 잠실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0%의 기적을 이뤄낸 ‘마법사 군단’ 이강철 KT 감독의 얼굴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 감독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한 후 “팀 이름을 참 잘 지은 것 같다”고 웃었다.
유독 가을에 강한 KT는 올해도 마법 같은 여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프로야구 최초로 성사된 5위 결정전에서 SSG를 4-3으로 물리치더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선 5위 팀 최초로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냈다. 지난 2015년 도입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역대 5위 팀이 4위 팀을 꺾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4위 팀이 1승을 안고 시작하는 이점이 크다.
그러나 KT는 5위 결정전을 치른 피로, 원정 경기라는 부담감, 1패면 탈락한다는 압박감을 모두 이겨내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이 감독은 “경기 전에는 설레발이 될까 봐 말씀을 안 드렸는데, 정규시즌 막판부터 어려운 경기를 계속 뒤집으며 이기다 보니까 기세와 분위기가 좋아졌다”며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최초의 기록을 이어가 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와일드카드 결정 1·2차전 수훈 선수는 단연 외국인 선발 듀오다. 윌리엄 쿠에바스는 전날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좌완 웨스 벤자민은 7이닝 3안타 무사사구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9월 5경기 1승1패 평균자책 8.34로 부진하던 벤자민은 가을야구에 돌입하자 확실히 달라진 투구를 했다.

3일 잠실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호투한 벤자민. 연합뉴스
이 감독은 “좋았을 때 벤자민답게 던진 것 같다. 최근에 너무 안 좋아서 한 번은 잘 던질 거로 생각했다”며 “이렇게까지 잘 던질 줄은 몰랐다. 무사사구가 승리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결승타의 주인공 강백호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강백호는 가을야구 들어 콘택트 위주의 스윙을 하고 있다. 이 감독은 “진작 그랬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웃으며 “어제도 콘택트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책임감과 팀워크가 느껴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KT는 하루 휴식 후 5일부터 LG와 5판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를 치른다. 5위 결정전부터 끝장 승부를 이어오던 KT에도 잠시 전력을 정비하고, 시리즈에 대비할 시간이 생겼다.
이 감독은 선발진 운용에 관해 “엄상백은 3일 휴식 후 등판이라 애매하다. 고영표를 오늘 쓰지 않고 3일 쉬게 한 뒤 던지게 할까도 고민했다. 조이현도 생각 중”이라며 “선수들을 혹사시킬 순 없으니까 그런 점을 고민해 정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