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만 남은 두산의 가을, 그러나 김택연은 마지막까지 증명했다

입력 : 2024.10.04 10:54
두산 김택연이 3일 잠실에서 열린 KT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7회말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김택연이 3일 잠실에서 열린 KT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7회말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김택연이 3일 잠실에서 열린 KT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김택연이 3일 잠실에서 열린 KT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의 가을은 빠르게 막을 내렸지만, 김택연(19)은 마지막까지 자신을 증명했다. 무조건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리그 최고의 타자를 삼진으로 잡았고, 희미한 희망을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마운드 위에 남아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2.1이닝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택연은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0-1로 끌려가던 7회말 2사 주자 1·2루 위기에 등판했다. 마무리가 7회에 오르는 초강수였지만, 한편으론 당연한 선택이었다. 1점만 더 주면 두산은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걸 경기를 보는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KT 타석엔 최고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서 있었다. 정규시즌 한 차례 안 좋은 기억이 있었던 상대다. 지난 7월11일 정규시즌 KT전에 등판한 김택연은 9회말 삼구삼진 3개로 역사적인 무결점 이닝을 달성했지만, 10회말 강백호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당시 2사 1루에서 강백호 타석으로 이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허용했던 상대가 로하스였다. KT 벤치에 앉은 모두가 김택연의 구위에 혀를 내두를 때 로하스 혼자 “이지(easy), 이지”라고 자신감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그런 로하스를 상대로 김택연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153㎞ 직구로 삼진을 잡았다. 한복판 공이었는데도 로하스의 방망이가 김택연의 구위에 눌렸다. 로하스 이후로도 김택연의 피칭은 완벽에 가까웠다. 안타 2개를 맞았지만, 볼넷 없이 8회와 9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김택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원래 하던 대로만 하겠다. 가진 걸 보여줘야지, 가진 것보다 더 보여주려고 하면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긴장되는 거야 어쩔 수 없겠지만 최대한 평상심을 유지하겠다는 각오였다. 김택연은 자신이 했던 말 그대로를 지켰다. 그리고 김택연은 가진 것만 제대로 보여줘도 충분히 리그 타자 누구든 압도할 수 있는 투수였다. 팀이 이르게 시즌을 마치면서 아쉬움이야 남을 수밖에 없었지만, 김택연은 어쨌든 포스트시즌 데뷔전에서 후회 없이 공을 던졌다.

김택연은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 2.08에 3승 2패 4홀드 19세이브를 올렸다. 프로 첫해부터 시즌 중반 마무리를 차지하며 고졸 신인 최다세이브 신기록을 작성했다. 신인왕은 일찌감치 예약을 했다.

놀라운 데뷔 시즌을 보냈지만, 김택연은 차분하게 내년과 그 이후를 바라보고 있다. 정규시즌 소감을 묻는 말에 그는 “안 다치고 1년을 완주하는 게 목표였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만족한다. 1년 동안 얻은 게 정말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성적은 아직 저에 대한 분석이 많이 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거다. 내년이면 또 다를 수 있다. 겨울부터 그런 부분을 더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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