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선발 1명뿐이던 LG 가을야구, 올해는 그게 열쇠다···염갈량의 승부수 “불펜 에르난데스, 매경기 투입 각오”

입력 : 2024.10.04 15:55
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LG 트윈스 제공

LG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LG 트윈스 제공

LG는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외국인 투수 1명만 데리고 우승했다. 아담 플럿코가 부상으로 8월말 이후 완전히 등판을 접으면서 LG는 케이시 켈리, 최원태, 임찬규, 김윤식을 선발로 해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불펜이 비교적 탄탄했기 때문이었다. 몇 년 간 최강으로 꼽혔던 LG 불펜은 지난해 정우영과 고우석의 부진 등으로 조금 흔들렸어도 유영찬, 박명근 등 새로운 젊은 투수들과 함덕주를 더한 필승조의 큰 활약으로 단기전 승부를 이겨냈다.

올해 LG의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는 외국인 투수가 2명이다. 그러나 그 중 1명만 선발 등판한다. 5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낙점된 13승 투수 디트릭 엔스만 로테이션에 남고,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포스트시즌에 중간계투로 기용하기로 했다. 염경엽 LG 감독의 이번 가을야구 승부수다.

염경엽 감독은 4일 “에르난데스는 최대 2이닝까지 던질 수 있게 하려 한다. 마지막에 (마무리로) 기용하려면 못 쓰는 경기도 나올 수 있다. 가장 구위가 좋기 때문에 매경기 쓸 계획이다. 이기는 경기에서는 에르난데스는 무조건 던진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LG가 가장 믿는 최강의 필승 카드가 에르난데스다.

에르난데스는 켈리가 방출된 자리에 입단해 지난 8월8일 두산전을 시작으로 LG 새 선발로 뛰었다. 등판한 11경기 중 2차례는 계투로 던지기도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불펜으로 이동하기로 정규시즌 막바지에 이미 결정된 바 있다.

LG 유영찬

LG 유영찬

LG는 올시즌 불펜이 취약해 매우 고전했다. 고우석의 갑작스러운 미국 진출과 함덕주의 수술 뒤 재활, 이정용의 군 입대, 정우영의 재활 뒤 부진 등으로 기존 필승계투조가 사실상 해체된 채로 새 필승조를 꾸렸다. 작년 등장해 활약했던 젊은 투수들을 축으로 세우고 기대를 걸었으나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마무리를 맡은 유영찬이 7승5패 2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 2.97로 유일하게 기대를 충족시켰다.

현재도 LG 불펜 중 확실한 믿음의 카드는 베테랑 김진성과 유영찬뿐이다. 그 외엔 젊은 투수들로 차 있어 단기전의 압박감을 고려해도 불안감이 크다. 반대로 선발에서는 5선발 손주영이 풀타임 시즌을 안정적으로 치러내면서 쓸 수 있는 카드가 되자 불펜을 보강하기 위해 가장 구위가 센 에르난데스를 중간에 임팩트 있게 기용하기로 했다.

에르난데스는 이번 LG가 준비한 가을 불펜에서 가장 강력한 투수다. 마무리로 기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영찬은 올해 잘 던지다가도 가끔 무너지면서 6번이나 블론세이브를 했다. 김진성도 7번의 블론세이브를 안았다.

그러나 마무리는 등판 기회를 보장할 수가 없다. 가장 강한 투수인 에르난데스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LG는 중간계투로 기용하기로 했다. 투구 수에 따라 최대 2이닝까지 던지게 하면서 경기 중반에 투입한다. LG가 앞서는 경기에서는 6~8회 사이에 무조건 에르난데스가 등판하는 것이 이번 포스트시즌 LG 마운드 전략의 핵심이다. 선발이 6이닝을 던지고 에르난데스가 7회, 김진성이 8회, 유영찬이 9회를 막아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구성이다.

염경엽 LG 감독(오른쪽)과 이강철 KT 감독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 시작 전 악수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염경엽 LG 감독(오른쪽)과 이강철 KT 감독이 지난해 한국시리즈 1차전 시작 전 악수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시즌 막바지에 이를 위해 에르난데스와 면담까지 했고 에르난데스도 가을 연투를 각오한 상태다. 염경엽 감독은 “팀 상황을 얘기하자 에르난데스가 ‘당연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불펜으로 던지는 데 전혀 문제 없다’고 흔쾌히 보직 상관 없다고 말했다. 감독으로서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확률상으로는 두산일 가능성이 높았던 준플레이오프 상대로는 예상을 깨고 정규시즌 5위 KT가 등장했다. 마운드가 세고 그 운용에 있어 사령탑 역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KT는 정규시즌 순위와 별개로, 불펜이 약한 LG가 단기전에서 대결하기에 상당히 까다로운 상대다.

실질적으로 두산을 맞이할 각오를 했었지만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명승부를 펼쳤던 KT를 만나게 됐다. 염경엽 감독은 “와일드카드 1차전을 보고나서는 KT가 올라올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다”며 “포스트시즌에서는 상대 분석보다 우리가 우리 것을 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년에도 타격으로 우승했듯이 우리는 타격이 터져야 이기는 팀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마운드 취약점을 대비해놓은 채, 올시즌 조금 주춤했던 타선이 작년 가을처럼 확 터져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승리 요건이라고 보고 있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