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말 불펜에 전화가 울렸다. 내 차례다. 직감했다.”
LG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8일 준플레이오프(준PO) 3차전 승리를 결정지었다. 9회말 KT 배정대의 2점 홈런으로 5-6, 1점 차 추격까지 허용하자 염경엽 LG 감독은 지체 없이 에르난데스를 마운드에 올렸다. 경기 전 “99%까지는 참겠다”고 했던 염 감독도 그 이상 참을 수는 없었다. 100%라고 못 박지 않은 게 어찌 보면 다행이었다.
에르난데스는 감독의 경기 전 바람과 관계없이 자기 할 일을 다 했다. 평소처럼 불펜에서 몸을 풀었고, 언제든 나갈 수 있도록 움직였다. 시즌 중도 LG 입단 후 선발로 계속 던졌지만, 불펜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메이저리그 시절 주로 중간 투수로 활약했다. 9회말 LG 마무리 유영찬이 2점 홈런을 허용한 직후 불펜 전화가 울렸을 때도 그래서 당황하지 않았다. 여차하면 9회까지 막을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손주영이 잘 던졌지만, 에르난데스는 “어쨌든 준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기회가 오면 무조건 마무리 지어야 하는 게 선수 아니냐”라고 했다. 9회 1사 마운드에 오른 에르난데스는 공 4개로 아웃 카운트 2개를 깔끔하게 잡아내고 경기를 끝냈다.
에르난데스는 “오늘 게임을 꼭 이기고 싶었다. 간절한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등판까지 에르난데스는 준PO 세 경기에 모두 등판했다. 도합 4.1이닝에 공 69개를 던졌다. 에르난데스는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문제없다. 그동안 좀 많이 던지다 보니, 피곤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마운드 올라가니까 전체적으로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준PO 3연투 중에 처음으로 손수 경기를 끝낸 것에 대해서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흥분되고 기쁘다”고 했다.
LG는 9일 수원 같은 장소에서 시리즈 4차전을 치른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할 수도 있는 경기다. 혹시라도 4차전 등판이 가능하겠느냐고 물었다. 에르난데스는 “트레이닝 코치 말씀을 들어봐야 한다. 선수로서 내 몸 관리를 해야 하는 측면도 있으니 현명하게 결정하겠다”면서도 “4차전을 잡으면 (플레이오프까지) 이틀을 더 쉴 수 있고, 그만큼 팔을 아낄 수 있으니까 기회가 온다면 던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