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 정찬헌. 연합뉴스
부상, 수술, 그리고 또 부상. 선수 생활 내내 부상 악재에 시달렸던 키움 우완 투수 정찬헌(34)이 코치로 야구 인생 제2막을 시작한다.
키움은 지난 7일 정찬헌 등 9명의 선수와 내년 시즌에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찬헌은 현역 은퇴 후 키움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하기로 했다. 코치진에서 어느 역할을 맡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정찬헌은 2008년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1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데뷔 시즌 구원과 선발을 오가며 39경기에서 106.1이닝을 던져 3승 13패 2홀드를 기록했다. 데뷔전에서는 직전 시즌 우승팀인 SK(현 SSG)를 상대로 4이닝 무실점 구원 투구를 했다. 시즌 후반기에 선발 투수로 보직이 전환되며 패배를 거듭했으나 고졸 신인답지 않은 이닝 소화력을 보여주며 LG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키움 정찬헌. 정지윤 선임기자
정찬헌은 데뷔 직후부터 부상에 시달렸다. 2009년 55경기에서 76.1이닝을 소화하며 혹사 논란이 일었고 결국 발가락 부상 등으로 구위가 급격히 떨어져 1군 전력에서 이탈했다. 2010년 팔꿈치 부상으로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재활에 전념한 정찬헌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정찬헌은 공익 요원으로 군 복무 후 2013년 리그에 복귀했다. 2018년 마무리 보직을 맡아 5승 3패 27세이브로 안정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그러나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그를 괴롭혔다. 2016년에는 황색인대골화증으로 경추(목) 수술을 받아 6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했다. 2019년에는 마무리 투수로서 시즌 초반 9경기를 평균자책 0으로 막아내는 호투를 선보였으나 또다시 황색인대골화증이 재발해 허리 수술을 받으며 이르게 시즌을 끝내야 했다.

키움 정찬헌. 정지윤 선임기자
2021년 키움으로 트레이드된 정찬헌은 그해 선발 투수로서 로테이션을 돌며 9승 5패 평균자책 4.01을 기록했다. 첫 4경기에서는 꾸준히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평균자책 1.64를 기록해 키움이 안정적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데에 이바지했다. 선발로서 부활한 듯했지만 지난해 또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프로 데뷔 후 3번째 허리 수술이었다.
정찬헌은 이번 시즌 주로 2군에서 훈련을 받다가 총 4번 1군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 7월 31일 NC전에서는 4이닝 1실점을, 그의 마지막 경기인 지난 8월 22일 KT전에서는 5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홍원기 키움 감독이 “정찬헌 선수는 투구적인 내용보다는 일단 안 아픈 게 우선이다”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부상 이슈는 마지막까지 정찬헌을 따라다녔다.
고질적인 부상으로 아쉬운 마지막 시즌을 보낸 정찬헌은 새 시즌 스프링 캠프에는 선수가 아닌 코치로서 동행하게 됐다. 그는 휴식 후 팀에 돌아와 지도자로서의 ‘야구 인생 제 2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