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북중미로 가는 고비를 넘겼다. 새로운 미래로 기대되는 배준호(21·스토크시티)와 오현규(23·헹크)의 깜짝 활약이 원동력이었다.
홍명보 감독(55)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4차전에서 오세훈(25·마치다)과 오현규, 이재성(32·마인츠)의 연속골에 힘입어 이라크를 3-2로 눌렀다.
3연승을 질주한 B조 선두 한국(3승1무)은 승점 10점 고지에 가장 먼저 오르면서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18개국이 3개조로 나뉘어 진행되는 3차예선은 각 조 1~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이날 경기는 나란히 2승1무(승점 7)로 동률인 한국과 이라크가 B조 선두로 치고나갈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손흥민(32·토트넘)의 부상으로 임시 주장을 맡은 수비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는 “승점 6점짜리 경기로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문제는 한국 축구가 온전한 전력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왼쪽 날개인 손흥민이 햄스트링 부위(허벅지 뒷 근육)를 다치며 소집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대안으로 여겼던 황희찬(28·울버햄프턴)과 엄지성(22·스완지시티)까지 지난 10일 오만전에서 줄줄이 다쳤다.
홍 감독이 내놓은 해법은 배준호였다. 요르단전에서 깜짝 교체 투입돼 오현규의 쐐기골을 도왔던 그가 이날은 선발 출전해 공격을 진두 지휘했다. 왼쪽 측면에서 뛰는 그의 간결한 터치와 패스에 이라크의 단단한 수비도 힘을 잃었다. 배준호는 전반 41분 오른쪽 측면 수비수인 설영우(25·즈베즈다)가 올린 크로스를 감각적인 패스로 오세훈에게 연결해 선제골을 도왔다.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끌며 이름을 알린 배준호는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분류됐다. 그해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스토크시티에 입단해 유럽 무대를 밟은 배준호는 빠르게 성장하더니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적장인 헤수스 카사스 이라크 감독(51)은 지난 5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60)의 후임을 찾던 대한축구협회가 접촉해 협상을 벌였던 인물이다. 당시 카사스 감독은 한국 축구에 대한 상세한 브리핑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정도로 정통해 방심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상대로 카사스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뛰는 공격수 알리 자심(20·코모)을 투입하면서 한국으로 기울던 판을 흔들었다. 그리고 자심의 발 끝에서 시작된 공격이 후반 5분 아이멘 후세인(28·알코르)의 시저스킥 동점골로 이어졌다.
오현규가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B조 4차전에서 이라크를 상대로 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용인 | 연합뉴스
카사스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줄 수도 있었던 홍 감독의 대응도 민첩했다. 발 빠른 오현규와 문선민(32·전북) 카드로 공격의 속도를 높였다. 후반 29분 결승골도 두 선수의 발에서 나왔다. 문선민이 역습 찬스에서 왼쪽 측면을 파고 들면서 내준 공을 이재성이 다시 오현규에게 연결해 이라크의 골망을 흔들었다.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올해 벨기에 헹크에서 새 도전에 나선 오현규는 A매치 2경기 연속골로 오세훈과 함께 홍명보호 공격수 주전 경쟁에 긴장감을 불어넣게 됐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38분 이재성이 다이빙 헤더로 쐐기골을 넣었다. 한국은 종료 직전 이브라힘 바예슈(24·알쿠와)에게 만회골을 헌납했지만 승패는 바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