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타를 앞세워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승리했던 삼성이 4차전에서는 오히려 장타에 무너졌다.
삼성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2-9로 패했다.
전날 4-2로 승리하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던 삼성은 이날 패배하면서 시리즈 탈락 위기에 놓였다. 1패만 더하면 시즌이 끝난다.
3차전에서 홈런 4방을 앞세우며 홈 구장인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이점을 살렸던 삼성은 이날은 도리어 장타에 당했다.
선발 투수 원태인이 조기 강판 당했다. 원태인은 2.1이닝 6안타 3볼넷 2삼진 6실점으로 고개 숙였다.
지난 21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5이닝 2안타 2볼넷 3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다 비로 경기가 멈추면서 투구를 이어가지 못했던 원태인은 4일 휴식 후 4차전의 중책을 맡았다.
1회 한 점을 내주면서 아쉬움을 남긴 원태인은 2회부터는 다시 제 제구를 찾아가는 듯 했으나 3회에는 무사 만루에서 소크라테스 브리토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뒤 1사 만루의 위기에 처했다. 어깨의 불편감을 호소한 원태인은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송은범이 마운드를 이어받았다. 변우혁을 포수 뜬공으로 유도한 송은범은 김태군에게 2구째 슬라이더를 공략당했다. 타구는 멀리 뻗어 담장 밖을 넘겼다. 김태군의 데뷔 첫 만루홈런의 희생양이 송은범이 됐다. 이 홈런으로 완전히 분위기가 넘어갔다.
삼성은 4회 김영웅의 우전 적시타, 5회 이재현의 솔로 홈런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려고 시도했으나 좀처럼 점수 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삼성은 또 아쉬운 홈런을 하나 더 내줬다. 6회초 1사 1루에서 소크라테스가 최채흥을 상대로 우월 2점 홈런을 내준 것이다. 2점을 뽑아내며 점수 차를 좁혀가려던 삼성의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지는 순간이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는 삼성이 가장 자신감을 얻는 구장이다. 좌우 외야 펜스가 99.5m, 중앙은 122.5m로 좌우 폭이 좁아 타구가 잘 넘어간다. 올해 정규시즌에서는 전체 구장 중 가장 많은 216개 홈런을 쏟아냈다.
삼성은 구자욱(33개), 김영웅(28개), 박병호(23개), 이성규(22개)까지 20홈런 타자를 4명이나 배출했다. 팀 홈런 185개로 이 부문 압도적인 1위였다.
그러나 4차전에서 ‘라팍’은 마냥 삼성에 유리한 곳이 아니었다.
삼성 마무리 김재윤은 “삼성 투수들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작은 구장이다보니까 던질 때 어느 정도 생각을 다 하고 있다. 그래서 코칭스태프에서 실투나 몰리는 공을 적게 던져달라고 했고 우리도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위험한 상황이 나올 수 있는 구장이기 때문에 좀 더 집중하고 던진다”라고 말했다.
라팍에서 1승1패를 기록한 삼성은 이제 광주로 넘어가 한국시리즈를 이어간다. 홈구장 이점을 살리지 못한 아쉬움을 안고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