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 김도영이 28일 한국시리즈 우승 뒤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인터뷰하고 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김도영(21·KIA)은 한국시리즈에 들어가기 전, 빠른 발을 앞세워 우승에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 38홈런-40도루 대기록을 만들며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KBO리그의 새로운 핵심 타자로 우뚝 선 올해, 팀 우승이 먼저인 한국시리즈에서는 타격 욕심을 내지 않고 한 베이스라도 더 달려 신나는 야구로 첫 우승을 이루고 싶다는 다짐이었다.
‘팀 퍼스트’를 한 번 더 되새긴 가을야구, 그래서 김도영의 마음 속 한쪽에는 수비에 대한 다짐도 자리잡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지만 김도영은 가을야구에서만은 절대로 팀에 수비로 민폐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3루수 김도영은 올시즌 수비 스트레스를 겪었다. 빼어난 타격 성적과 반대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30개 실책을 기록했다. 4월 리그 최초의 월간 10홈런-10도루를 기록하고 장타력이 터져 리그에서 화제를 모을 때도 김도영은 수비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정규시즌을 마치고도 메이저리그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라고 하면서 “만찢남은 수비도 잘 합니다”라고, 자신은 그 정도로 비교될 선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KIA 김도영이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수비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이 수비에 대한 압박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박기남 KIA 수비코치는 “실책하는 날 오히려 (방망이를) 잘 치니까 실책은 얼마든지 해도 좋다”고 정신적으로 김도영을 다독여주기도 했다. 한국시리즈에 들어가면서 그렇게 수비에 집중하려 했던 김도영은 5차전까지 치르는 동안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았다. 안정된 수비로 인정도 받았다. 박기남 코치는 “김도영이 안정적으로 수비해준 게 이번 시리즈에서 참 컸던 것 같다”고도 말했다.
김도영도 생애 첫 우승과 함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큰 수확을 수비로 꼽았다.
김도영은 “타격에서는 그렇게 좋은 모습을 못 보였지만 수비에서만은 이제는 팀에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타격은 안 돼도 수비는 꼭 잘 해야 된다고 마음먹고 시리즈를 시작했고 수비에 모든 포커스를 맞췄다”고 했다.
빠른 발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김도영은 시리즈의 흐름을 읽고 맞춰서 경기했다. 1점이 필요할 때 팀 배팅 하고, 달려야 할 때 달리는, 자신의 욕심을 내지 않고 팀 승리에 모든 것을 맞추는 모습을 보면서 이범호 KIA 감독이 시리즈 도중 극찬을 하기도 했다.

KIA 김도영이 28일 한국시리즈 우승 뒤 시상식에서 이범호 KIA 감독과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김도영은 “내 뒤의 타자들이 다 좋다. 베테랑 선배님들의 역할이 한국시리즈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내가 무작정 뛰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도루도 자제했다”며 “내년에도 목표는 공격보다 수비”라고 말했다.
올해 폭발적인 활약으로 리그 중심에 올라선 3년차 김도영은 한국시리즈를 통해 또 성장했다. 이범호 감독은 우승 뒤 “김도영이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해주면서 팀 자체가 변화한 시즌이었다. 김도영이라는 선수 한 명이 내야 한 자리를 차지해주면서 팀의 시너지 효과가 생기고 좋은 팀으로 변했다. 앞으로 도영이처럼 젊은 선수들이 분발해서 매년 한 명씩 좋은 선수들이 나오면 팀이 더 강해질 것이다. 김도영이 좋은 선수로 거듭나준 것이 올해 참 감사한 일이다”고 말했다.
김도영도 자신의 잠재력을 알아봐주고, 그 능력을 끌어올려준 사령탑에게 우승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김도영은 “감독님의 도움이 정말 컸다. 작년에 내가 정신적으로 나 자신에게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을 때 감독님께서 ‘너는 주전’이라고 말해주셨다. 보여준 게 없었는데도 그렇게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그 말 한 마디가 올해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감사드린다”며 “우승하니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다. (시리즈 들어) 폐 끼치지 않게 더 집중해서 야구했다. 그동안 힘든 건 힘든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오늘로 그냥 다 날아갔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