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3차예선 반환점 앞둔 인도네시아 신태용 감독

인도네시아 축구 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지난 1월 카타르 도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베트남과 아시안컵 조별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새 감독 부임했다고
갑자기 바뀌기 힘들어
리듬 끊으면 승산 있어내
점수는 아직 60점남은
경기서 40점 채울 것
“아직까지는 60점, 남은 6경기에서 40점을 채워봐야죠.”
신태용 인도네시아 감독(54)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을 돌아보면서 절반의 성공이라 자평했다.
중국 원정을 마치고 최근 귀국한 신 감독은 지난 28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프로농구 시투를 마친 뒤 기자와 만나 “바레인전과 중국전까지 잘 마무리했으면 만점을 줄 수도 있었다. 바레인전에선 승점 2점을 도둑맞았고, 중국은 원정이라지만 최소한 무승부는 했어야 했다. 인도네시아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는 사실은 기쁘다”고 말했다.
2009년 인도네시아에 부임한 신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 3차예선에서 1938년 프랑스 대회 이후 첫 월드컵 본선 도전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선 가시밭길을 뚫어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인 인도네시아는 3차예선에서 ‘죽음의 조’로 불리는 C조에 배정돼 일본(15위)과 호주(24위), 사우디아라비아(59위), 바레인(76위), 중국(92위) 등 강호들과 싸우고 있다. 다행히 반환점을 돌기 직전인 10월 3차예선 3~4차전까지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1-1 무)와 호주(0-0 무), 바레인(2-2무)과 연달아 비긴 뒤 중국 원정에서 1-2로 아깝게 패배하면서 C조 5위를 달리고 있다. 3차예선은 각 조의 1~2위가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고, 3~4위는 4차예선에서 남은 2.5장의 본선 티켓을 다투게 된다.
신 감독은 “원래 우리의 목표는 처음부터 3차예선에서 바로 통과하는 것보다는 4차예선을 통해 좁은 길을 뚫는 것이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기에 경기를 치를 수록 경쟁력이 올라간다는 느낌이 든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려면 다가오는 11월 안방에서 열리는 5~6차전에서 승점을 챙겨야 한다. 3승1무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일본과 첫 대결을 펼친 뒤 최근 사령탑이 바뀐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하는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신 감독은 “사실 일본은 넘기 힘든 전력을 갖추고 있지만 내가 현역 시절부터 상대하는 방법을 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홈에서 한 번 승리를 노려볼 만 한 팀”이라면서 “최근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부임했다고 사우디아라비아가 갑자기 바뀌기는 힘들다. 사우디아라비아가 특유의 리듬을 살리지 못하도록 끊으면 승산이 있다. 조 추첨이 끝났을 때부터 선수들의 피지컬이 강한 호주보다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승리를 노릴 만한 상대라고 봤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에 체류하고 있는 교민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11월 15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일본전에 우리 교민 2000여명이 합동 응원을 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선 한국 경기도 아닌데 한국인들이 응원한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라고 웃었다.
신 감독은 자신의 목표를 4차예선 진출로 낮췄으나 내심 목표는 그 이상일지 모른다. 본인에게 매겼던 60점이라는 박한 점수에서 부족한 40점을 채운다면 물고 물리는 3차예선에서 이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의 현실은 잊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지만 “우리의 원래 목표는 분명히 중국과 바레인을 잡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잡을 수 있다면 또 모른다. 축구공을 둥글다는 말을 믿고 있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