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프로축구는 울산 천하다. 울산 HD는 창단 첫 3연패의 고비에서 값진 승리를 챙기면서 유니폼 가슴팍에 5번째 별을 장식하게 됐다.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36라운드에서 루빅손과 주민규의 연속골에 힘입어 강원FC를 2-1로 눌렀다.
이날 승리로 승점 68점을 쌓은 울산은 2위 강원과 승점차를 7점으로 벌리면서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리그 3연패에 성공했다. 울산은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성남FC의 전신인 성남 일화(1993~1995년·2001~2003년)와 전북 현대(2017년~2021년)에 이어 3년 연속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또 울산은 통산 5회 우승으로 전북(9회)과 성남(7회), FC서울(6회)에 이어 공동 4위로 발돋움했다. 17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2022년부터 시작된 울산의 정상 독주가 멈추지 않고 있는 반면 최대 라이벌인 전북(11위)은 올해 2부 강등을 걱정하는 처지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날 경기는 우승컵이 걸린 승점 6점짜리 경기로 주목을 받았다. 강원 역시 울산을 꺾는다면 승점차가 1점으로 좁혀져 창단 첫 우승이자 시·도민구단 최초의 우승이라는 쾌거도 가능했다. 양 팀의 전력차를 흔들 수 있는 폭우가 내린 것도 변수였다. 과거 울산을 지도했던 경험이 있는 윤정환 강원 감독은 “울산이 2019년 같은 장소에서 비가 내릴 때 우승을 놓친 적이 있지 않느냐”며 울산의 옛 트라우마를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의 울산과 2024년의 울산은 전혀 다른 팀이었다. 두 차례 정상을 밟으며 쌓인 우승 DNA가 눈에 띄었다. 우승 고비라 흔들릴 수 있다는 예상과 달리 평소처럼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축구로 강원의 빈 틈을 찔렀다.
스웨덴 출신의 해결사 루빅손이 그 중심에 있었다. 루빅손은 전반 36분 팀 동료인 고승범이 짧게 올린 크로스를 페널티지역에서 가슴으로 받아낸 뒤 오른발슛으로 골문을 흔들었다. 핸드볼 반칙이 의심돼 비디오 판독(VAR)이 필요했던 이 골은 8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 선제골로 인정됐다.
울산이 자랑하는 베테랑 선수들의 농익은 경험도 돋보였다. 30대를 넘긴 선수들이 비중이 높아지면서 올 여름 고전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중요할 땐 이들이 중심을 잡아줬다. ‘주장’인 김기희와 김영권이 수비에서 울산의 최저 실점(38골)을 이끌었다면 공격에선 주민규가 있었다.
주민규는 후반 9분 역습 찬스에서 이청용이 짧게 내준 패스를 가볍게 강원의 골문으로 밀어 넣었다. 직전 경기였던 10월 27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3개월여 만에 골 침묵을 깼던 주민규의 2경기 연속골이자 시즌 10호골이었다. 그리고 이 골이 “주민규는 부활할 것”이라며 믿으며 꾸준히 기회를 줬던 김 감독에게 우승컵을 안기는 최고의 선물이 됐다.
강원도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이상헌이 후반 15분 오른발로 감아찬 슛이 울산 골망을 흔들어 만회골을 넣었다. 그러나 남은 시간 뒤집기에는 실패하면서 2013년부터 시작된 울산 원정 징크스에 치를 떨어야 했다. 강원이 울산에게 우승컵을 넘긴 이 패배는 울산 원정 16경기 연속 패배로 프로축구 특정팀 상대 최다 원정패로 기록에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