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000만 관중이 들어찼던 2024 KBO리그가 모두 끝났고, 다음 시즌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스토브리그가 드디어 막이 열렸다.
KBO는 지난 2일 2025년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매년 FA 시장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른바 ‘대어’라고 불리는 특정 선수들의 행보에 눈이 쏠렸다.
올해 FA 시장 키워드는 ‘투수’다. ‘게임 체인저’로 불릴 만한 ‘특 A급 대어’가 뚜렷하지 않지만 각 팀의 전력 강화를 가져올 수 있는 선수들은 여럿이다. 특히 KBO가 공개한 30명의 명단 중 절반인 15명이 투수다. 많은 팀들이 투수 FA를 두고 복잡한 계산에 들어간다.
‘우승 청부사’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지만 가을야구에 실패한 롯데는 내부 단속이 시급하다. 롯데는 우완 구승민과 좌완 진해수, 그리고 마무리 김원중이 FA 자격 요건을 갖췄다. 구승민과 김원중 모두 연봉을 대폭 인상시키며 ‘안전 장치’를 해놨지만 롯데가 두 명을 모두 잡을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선발 투수 자원 중에서는 LG 최원태와 KT 엄상백이 관심 대상이다. 최원태는 1997년생, 엄상백은 1996년생으로 나이도 비슷하고 두 명 모두 군 문제를 해결했다.
다만 성적에서는 평가가 갈린다. 최원태는 정규시즌 24경기 9승7패 평균자책 4.26을 기록했고 엄상백은 29경기 13승10패 평균자책 4.88로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둘 모두 썩 좋지 않았다. 최원태는 준플레이오프 1경기에서 2.2이닝 3실점(2자책)으로 믿음을 주지 못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1경기 등판해 3이닝 5실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엄상백은 SSG와의 5위 결정전에서 4.2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가을야구행을 이끌었으나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는 6이닝 7실점(6자책)으로 흔들렸다.
하지만 최원태가 A등급, 엄상백은 B등급이라는 점에서 엄상백이 조금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밖에 쏠쏠한 불펜 투수들이 FA 자격을 얻어 시장에 쏟아진다.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는 임기영, 장현식 등이 FA 자격을 얻고 두산에서는 김강률이 시장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SSG도 노경은과 서진용 등이 있다. NC도 이용찬, 임정호 등이 기회를 엿본다. 키움도 문성현이 첫 FA 자격을 선언한다.
올시즌 ABS 도입과 함께 타고투저로 리그 흐름이 바뀌면서 불펜 보강이 필요한 팀들이 많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마치면서 “불펜을 보완해야겠다”라고 밝혔다. 2년 연속 대권을 노렸다가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도전을 멈춘 LG 역시 불펜 보강이 필요하다. 가을야구를 꿈꾸는 팀들 중 한화, NC, 키움 등도 불펜 보강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역대 FA 시장에서 야수와 달리 외부 영입 투수의 성공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불펜 투수는 ‘키워 쓰는 것’이 정답에 가깝게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리그 전력 평준화와 함께 ‘성적’이 급한 팀들의 존재는 FA 시장의 ‘수요’를 낳는다. 투수가 쏟아지는 이번 가을, 역대급 치열한 눈치싸움과 함께 또다른 ‘FA 인플레이션’ 현상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 2024시즌 천만 관중 시대가 열렸고, 팬들의 영향력 증대와 함께 경기 후반 ‘막장야구’를 피하기 위한 불펜 보강은 ‘의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FA 자격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아 공시되는 선수는 6일부터 모든 구단과 선수 계약을 위한 교섭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