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성과는 투자에 비례한다. 적극적으로 투자해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이유는 하나다. 정책적 판단 착오로 인해 돈을 잘못 쓴 결과다. 결국, 궁극적인 책임은 리더, 정책 결정자에 있다.
이번 시즌 프로축구가 시즌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시즌 전만 해도 거의 상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000년대 명가 전북 현대, 시도민구단의 원조 인천 유나이티드가 강등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북은 12개팀 중 11위, 인천은 12위다. 두 팀 간 승점 차는 2. 남은 경기는 똑같이 2경기. 누가 꼴찌가 될지, 그래서 2부로 바로 강등될지는 아직 모른다.
최종 순위 10위,11위도 강등을 면한 건 아니다. 2부 상위을 제쳐야 잔류할 수 있다. 패하면 당연히 강등이다. 1부팀 중 최소 1개, 최다 3개팀이 강등되는 구조다.
전북과 인천이 벌이는 강등 모면 전쟁은 돈과 실력으로 승부하는 프로스포츠 속성상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2023시즌 1부 12개팀 중 가장 많은 연봉을 지급한 구단은 전북이다. 전북은 198억원을 선수단 인건비로 썼다. 선수단 인건비 총액 1위다. 대구FC, 광주FC보다 두 배 안팎 많다. 전북 선수 평균 연봉은 4억800만원으로 울산 HD(5억7766만원)에 이은 2위다. 울산은 우승했는데 전북은 꼴찌탈출에 매달리고 있다.
인천도 많은 돈을 인건비로 썼다. 지난시즌 선수단 인건비 총액은 119억원이다. 12개 팀 중 5위지만 시도민구단 중에서는 1위다. 1인당 평균 연봉은 3억1600만원. 시도민구단 중 유일하게 3억원을 넘겼다. 외국인 평균 연봉은 11억3400만원이다. 놀랍게도 전북, 울산 등을 제친 전체 1위다.
이렇게 많은 돈을 쓴 팀이 무엇 때문에 최하위권일까.
전북은 지난 몇 년 동안 박지성을 테크니컬 디렉터로 영입해 적잖은 개혁을 단행했다. 과정에서 이런저런 잡음과 구설수도 많았다. 성과가 어느 정도라도 났으면 모든 걸 필요불가피한 절차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전북의 최근 성적과 경기력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현대차그룹의 절대지지를 받는 박지성도, 구단을 이끄는 최고위층도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인천은 생존왕으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시즌에는 구단 최초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출전했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며 선수단 연봉도 크게 올렸다. 물론 시도민구단이라고 투자를 못하리라는 법은 없지만 사회적 통념을 넘어선 투자임은 부인하기 힘들다. 구단 고위층의 잇단 판단 착오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이 지경이 됐다. 인천이 쓰는 돈은 대부분 세금이다.
두 팀이 모두 2부로 강등될 수도 있다. 물론 두 팀 모두 생존할 수도 있다. 강등될 경우, 누군가는 크게 책임져야 함은 물론이다. 잔류했다고 해도 기존 시스템, 기존 거버넌스를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한 선택으로는 안 보인다. 생존해도 전북, 인천이 뼈를 깎는 내부 혁신을 하지 않으면 미래를 기대하기 힘들다. 땜질식 처방, 감독에게 책임을 미루는 면피행정,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복지부동 자세로는 아무것도 이뤄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