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규 등 영건들 폭발적 성장 ‘V12’ 밑거름 분석…KIA 심재학 단장 “함평에 퍼포먼스랩 차릴때까지 꾸준히”
KIA는 지난해 말 투수 5명을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라인 베이스볼센터로 보냈다. 정해영, 곽도규, 황동하, 이의리, 윤영철까지 20대 초반 젊은 기대주들을 파견했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 시즌 구위 하락과 함께 마무리로서 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마저 받던 정해영은 구위와 자신감까지 되찾아 세이브왕(31세이브)을 차지하고 KIA 우승을 이끌었다. 좌완 곽도규는 풀타임 1군 첫시즌 필승계투조로 우뚝 섰고, 황동하는 부상 공백이 생긴 선발진에 합류해 KIA가 위기를 버티고 우승하는 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6월에는 김기훈, 유승철, 김현수, 조대현이 미국 트레드 애슬레틱 트레이닝센터에서 약 한 달 일정을 소화하고 돌아왔다. 그 중 오랜 시간 유망주로 꼽혔지만 터지지 못한 김기훈과 유승철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김기훈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돼 활약했다. 내년 이후 기대감은 다시 커졌다.
드라이브라인과 트레드 애슬레틱 파견은 일종의 해외 특별과외다. 둘 다 선수들의 신체 특징, 몸 상태, 투구 폼을 파악해 훈련법을 달리 한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선수들도 효과를 봤다며 유명해져 국내에서도 바람이 불었다. 드라이브라인은 극적인 구속 증가를 끌어내고 트레드 애슬레틱은 좀 더 선수 개별 맞춤 훈련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KBO리그에서도 그동안 여러 팀 많은 선수들이 구단 지원으로, 혹은 개인적으로 경험했지만 극적인 효과를 봤다는 경우는 드물었던 이 해외 특별과외가 KIA에서는 결정적인 우승 동력으로 이어졌다고 평가받는다.
사전에 직접 센터를 방문해 조목조목 확인했던 심재학 KIA 단장은 당시 ‘어떤 선수를 보내야 성공 확률이 높은가’부터 물었다. 경험 많은 선수보다는 훈련 루틴이 자리잡기 전의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좀 더 효과적이라는 답을 받았고 선수를 선발했다. 심재학 단장은 “우리 데이터팀에 드라이브라인에 대해 잘 아는 직원이 있다. 그동안 과정과 여러 부상 사례를 연구했다. 비시즌이기 때문에 가서 몸을 만들려다 부상이 온다. 가서 바로 헤비볼부터 던져도 되도록 몸 상태를 70~80%를 끌어올려놓고 가게 했다”고 말했다.
올해 가장 큰 효과를 낸 투수 곽도규는 “갔다와서도 시즌 내내 그 훈련 방식을 접목해서 팀 훈련을 했다. 한국에서 하는 훈련과 다른 점들이 정말 많은데 코치님이 그걸 다 존중해주셨고 같이 상의해 스케줄을 짰다. 그 훈련 스케줄을 꾸준히 잘 소화하라고 하셨다.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갔다와서도 계속 그 훈련을 지속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신식야구와 좋은 베테랑 코치님들의 노하우가 섞여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 데이터, 과학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였던 KIA 구단은 최근 몇 년 사이 변화하려 노력 중이다. KIA는 구단 차원에서 미국 센터에서 배워온 것을 습득하고 ‘우리 방식’으로 접목해 시스템화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심재학 단장은 “올해도 (파견을) 보내겠지만 데이터팀도 같이 계속 보내고 있다. 함평에 퍼포먼스랩을 차리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가서 배우고 싶다는 선수들이 많다. 열의가 고맙다. 우리가 시스템을 정착시켜서 그 선수들을 미국에 보내지 않고도 구단 내부에서 직접 과학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