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는 과감한 시도로 개막 전 예상을 깬 강호다. 김선형과 오세근 등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로 부진이 우려됐던 것과 달리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속공으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속공이 과감한 수비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SK의 농구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SK는 지난 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와 원정 경기에서 95-76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5승2패를 달성한 SK는 고양 소노와 함께 공동 2위로 올라섰다. 연승을 길게 가져가지는 못해도 연패는 없는 견실한 운영이 돋보인다.
전희철 SK 감독은 “득점은 속공이 11개 나왔으니 잘 나올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SK의 승승장구는 전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속공의 힘에서 나온다. SK 선수들은 상대 공격이 실패하면 4~5명이 쉴 새 없이 달리면서 쉬운 득점을 따낸다. 육중한 체구(199㎝·116㎏)의 자밀 워니도 속공에선 예외가 아니다. 몸 싸움을 종전보다 관대하게 용인하는 ‘하드콜’에 대처하기 위해 원래 장기였던 속공의 위력을 더욱 끌어올린 것이다. SK를 상대하는 팀들은 공격이 실패하면 손쉬운 득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더욱 크다.
SK 속공의 위력은 기록에서 쉽게 확인된다. SK는 이번 시즌 7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11.3개의 속공을 기록해 10개 구단 평균(5개)의 두 배를 훌쩍 넘기고 있다. 이 부문 2위인 고양 소노도 절반이 안 되는 5.4개에 불과하다. SK가 속공으로 만들어내는 득점도 평균 21.3점으로 압도적인 1위다.
SK가 속공의 위력을 끌어올린 비결은 수비다. SK는 원래 뛰는 농구를 표방해왔지만, 이번 시즌은 과감한 수비가 부족한 2%를 채웠다. 바로 더블팀(협력 수비)이다.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막을 때 두 명이 수비하는 것이 기본이라면 SK는 하드콜의 이점을 살려 공을 뺏는데 초점을 맞춘다. 예컨대 현대모비스전에선 1쿼터 초반 워니와 오재현이 협력해 게이지 프림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또 볼을 운반하는 박무빈을 코너로 몰아세운 뒤 반대편으로 빠져나가는 공을 빼앗는 플레이도 일품이었다. 덕분에 SK는 이날 경기에서 1쿼터에만 속공 5개로 현대모비스의 수비를 무너뜨릴 수 있었다.
물론, 더블팀은 리스크가 큰 작전이다. 수비 한 명이 비고, 외곽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 실제 SK는 이번 시즌 평균 8.6개의 3점슛을 허용하고 있다. SK보다 외곽 수비가 나쁜 팀은 8위로 고전하고 있는 안양 정관장이 유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블팀으로 위력을 끌어올린 속공은 위협적이다. 매경기 화끈한 경기력으로 팬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19점차로 끌려가던 서울 삼성전에선 76-73으로 역전승했다. 막강한 뒷심까지 자랑하는 SK가 터지지 않는 3점슛(10위·평균 5.1개)까지 보완한다면 이번 시즌 우승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