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카바티’ 안양, K리그1 승격에 도시 전체 들썩…유병훈 “FC서울전 홈경기 승리 안겨드리겠다”

입력 : 2024.11.07 14:54 수정 : 2024.11.0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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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FC안양 K리그2 우승 및 승격 기자회견에서 유병훈 감독과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FC안양 K리그2 우승 및 승격 기자회견에서 유병훈 감독과 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장님이 보라색으로 염색한다는데, 진짜 하실까 봐 두렵다.”

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FC안양 K리그1 승격 기자회견장에 웃음이 터졌다. 창단 11년 만에 K리그1 승격을 이룬 유병훈 감독의 농담에 취재진도 함께 웃었다. 구단의 상징색인 보라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겠다는 최대호 시장의 파격적인 공약은 11년 만의 승격을 이룬 안양의 축제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지난 2일 부천과의 원정 경기 무승부로 K리그2 우승을 확정한 뒤 경기장은 “수카바티”를 외치는 서포터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산스크리트어로 극락을 뜻하는 이 응원 구호는 ‘편안한 마음의 쉴 곳’이라는 연고지 안양(安養)의 뜻과 닿아 있다. 2004년 안양 LG 치타스(현 FC서울)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뒤 팀을 되찾기 위해 싸워온 서포터의 간절함이 담긴 외침이었다.

이후 안양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프로팀 창단 운동에 나섰다. 2012년 10월 안양시 의회에서 시민프로축구단 창단이 결정됐고, 2013년 2월 FC안양이 창단됐다. 앞서 3차례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의 아픔을 뒤로 하고 이번 시즌 K리그2 우승으로 다이렉트 승격을 이뤄냈다.

시민이 주인인 구단, 팬이 만든 기적

안양의 성공 뒤에는 특별한 팬 문화가 있었다. 부주장 김동진은 “다른 팀들과 달리 안양 팬들은 경기가 안 풀려도 선수들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시민구단이고, 시민들이 다시 만든 팀이라 유대감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주장 이창용도 팬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처음 안양에 왔을 때 구단의 역사와 팬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이상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이들이 부모를 데리고 오고,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서 팬이 늘어났다. 이제는 거리를 걸어도 연예인처럼 알아본다. 그런 변화를 보며 안양에서 꼭 무언가를 이루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유비’의 치밀한 준비가 만든 우승

감독 데뷔 첫해 K리그2 우승과 승격을 이뤄낸 유병훈 감독이 주목받고 있다. K리그2에서 감독 첫해 우승을 이끈 6번째 지도자라는 기록과 함께 별명 ‘유비’처럼 치밀한 준비가 빛났다.

2011년 3부리그 고양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10년 넘게 코치 생활을 했고, 2013년부터는 안양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여러 감독님을 모시면서 장단점을 항상 메모하고 기록했다. 그 노트가 지금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유병훈 안양 감독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FC안양 K리그2 우승 및 승격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훈 안양 감독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FC안양 K리그2 우승 및 승격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공 비결은 안정적인 수비였다. 앞선 시즌 50골 이상 실점이 다반사였던 안양은 올해 리그 최소 실점(34골)을 기록하며 정상에 섰다. 유 감독은 “첫 미팅이나 첫 훈련부터 실점을 줄여야 우리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른 팀들이 외국인 공격수에 크게 의존한 것과 달리, 안양은 외국인 선수들에게도 수비 가담을 요구했다. 유 감독은 “축구에서 공격이 강하면 이길 수 있지만 수비가 강하면 우승할 수 있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즌 중반 위기를 넘어

여름 이적시장은 안양에 큰 위기였다. 주축 선수 야고가 이적을 강하게 희망했고, 다른 팀들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야고가 ‘감독님 안녕히 계세요’ 인사하러 왔다고 할 정도였다”고 유 감독은 당시를 회상했다. 거의 한 달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선수단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적 문제로 힘들어하던 야고에게 더 큰 시련이 찾아왔다. 이모가 세상을 떠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마저 별세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야고를 살려주려고 정말 애썼다. 찬스가 나올 때마다 야고에게 공을 밀어줬다. 동료가 어려운 모습을 보이니 돕고 싶었던 거다. 그런 과정이 오히려 팀을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FC안양 외국인 선수 야고. 프로축구연맹 제공

FC안양 외국인 선수 야고.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비의 핵 이창용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서울이랜드, 충남아산, 수원삼성 등 상위권 경쟁 팀에게 내리 3번을 졌다. 유 감독은 “경기력은 좋았지만 실수가 이어지면서 졌다. 경기력에서 밀려서 진 게 아니라 우리의 집중력이 문제였다”고 돌아봤다. 그는 “겨울부터 이어온 안정된 수비를 버리지 않고, 오히려 라인을 올려 상대를 더 강하게 압박하는 데 집중했다”며 위기 극복 방법을 설명했다.

실제로 이 변화는 통했다. 시즌 막판 승격 경쟁이 치열해지던 순간, 안양은 다른 상위권 경쟁 팀 부산을 상대로 4-1 대승을 거뒀다. 부주장 김동진은 “그 경기 이후 우승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서울과의 라이벌전, 21년 만의 재회

안양의 승격은 K리그에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더했다. 과거 안양 LG 치타스가 서울로 옮겨가며 생긴 앙금이 다시 그라운드에서 펼쳐진다. 유 감독은 “서울과의 경기는 팬들의 오랜 염원이자 우리가 꼭 이뤄내야 할 도전이다. 최소 1경기는 꼭 이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K리그1 무대를 앞두고 과제도 있다. 유 감독은 센터백과 스트라이커 보강이 필요하다고 봤다. 선수단 관리를 위한 시설 개선도 시급하다. 현재 선수들은 오전 훈련 후 제대로 된 휴식 공간이 없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유 감독의 목표는 뚜렷하다. 상위 스플릿 진입을 내건 그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 끈질긴 팀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10여 년 전, 맨땅에서 팀을 창단했고, 우승과 함께 다이렉트 승격까지 했다. 불가능은 없고, ‘수카바티’가 가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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