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연기돌의 탄생을 직감케 한다. 본격적인 첫 도전임에도 담백한 표현과 안정된 연기력, 그리고 백지처럼 무엇이든 무한하게 소화할 수 있는 얼굴까지, ‘한국의 젠 데이아’를 연상하게 하는 그룹 위키미키 출신 김도연이다.
“연기는 처음 웹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시작했어요. 그땐 팀 활동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연기엔 아무 생각 없이 임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아이돌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한 뒤부터는 차츰 연기가 좋아지기 시작했고요. 전 스며드는 스타일인데요. 거창하게 시작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연기에 스며들다보니 어느새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김도연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첫 영화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감독 김민하, 이하 ‘아메바 소녀들’) 촬영기, 위키미키 멤버들에 대한 애정, 팀 활동 중단에 대한 아쉬움을 아주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야기 도중 눈물을 글썽일 만큼 진심이었다.
■“‘아메바 소녀들’ 출연 이후, 굉장히 가벼워졌어요”
‘아메바 소녀들’은 학교괴담이 현실이 되어버린 개교기념일 밤, 저주의 숨바꼭질에서 살아 남아야만 하는 공포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내신은 8등급이지만 영화 감독이 되겠다는 열정만큼은 1등급인 고3 수험생 지연 역을 맡아 생기발랄하고 엉뚱한 매력을 보여준다.
“유쾌한 대본을 보고 확 끌렸어요. 그래서 본능적으로 출연을 선택했고요. 제가 다양하게 쓰이는 걸 좋아하는데, 이 작품이 절 그렇게 사용하는 것 같아 촬영하면서도 힘든 점이 없었어요. 부담 갖지 않고 현장에 간 게 이번이 처음일 정도로 분위기도 좋았고요.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하니까 ‘지연’의 밝고 유쾌한 면을 순수하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함께 연기한 우주소녀 은서(손주연)와는 아이돌이란 공통점으로 더욱 의지가 됐다고 했다.
“우리 둘 다 연기가 처음이고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다는 점이 비슷해서 서로 공감하는 게 더 많았어요. 서로 연기하게 된 상황도 되게 비슷했고요. 그룹 활동 시기도 비슷해서 많이 의지했죠. 아이돌 출신이라 멤버들끼리 합을 맞추는 버릇이 남아서 코멘트 영상을 촬영할 때에도 우리가 딱딱 정리하면서 했더니 금방 끝나더라고요. 정하담, 강신희가 깜짝 놀라서 박수까치 치던 걸요.”
이번 작품으로 배우로선 더욱 유연해졌다고도 했다.
“제가 데뷔 이후 일찍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각도 많아지고 엄청 진지해졌어요. 그래서 가끔은 가벼워지고 싶은 갈증을 느끼곤 했는데요. 너무 진지하면 한없이 무거워질 수도 있으니까요. 다행히 이 작품을 하고 나선 저란 사람이 가벼워진 듯 해요. 굳어버린 머리와 몸이 말랑말랑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위키미키 해체에 눈물도…“멤버들은 든든한 제 지원군”
엠넷 ‘프로듀스 101’에서 프로젝트그룹 ‘아이오아이’로 큰 인기를 얻은 그는 최유정과 함께 2017년 그룹 위키미키로 또 한 번 도전장을 내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6월 해체 소식을 알려 팬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기기도.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저나 멤버들 모두 아쉬움이 많아요. 그럼에도 우리끼리 고군분투하면서 뭔가를 위해 합심해서 달려왔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죠. 그리고 지금은 새로운 인생 2막이라고 생각해요. 멤버들과 잘 해왔으니 용기를 갖고 새로운 출발을 잘 해나가자고 서로 다독이고 있고요.”
멤버들과 아이오아이 멤버들도 시사회를 찾아와 그를 응원했다고.
“무대인사할 때 객석에 앉은 멤버들을 보니 정말 든든했어요. 행사가 끝나고 최유정에게 연락이 왔는데 ‘넌 역시 최고야’라는 칭찬을 해줘서 더욱 힘이 됐죠. 너무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에 제 부족함이 자꾸 보여 자신감이 떨어지던 차였는데, 그 말을 들으니 제 생각도 달라지더라고요. 이제 시작인데 너무 욕심부릴 필요 있을까.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 지금처럼만 차근차근하면 되는 거 아닐까. 이렇게 생각이 달라지니까 앞으로 제가 발전할 미래가 더 기대됐고요. 유정이 덕분에 용기를 얻은 거예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바라느냐고 묻자 담담한 대답을 들려줬다.
“지금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늘 생각하고 반성하고 노력하는 그런 나요. 마음의 여유를 조금 남겨둬서 주변 사람들도 챙기고 싶고요. 지금이 딱 그런 상태라서 앞으로도 늘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