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인천 연수구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한 추신수. 연합뉴스
이젠 다음 봄을 준비할 필요없는 ‘전 야구 선수’다. 2024시즌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은 추신수(42)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 편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메이저리그(MLB)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타자였지만, 그 역시도 늘 긴장 속에 살았다. 긴 선수 생활을 정리하며 추신수는 “다음 생에도 야구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7일 인천 연수구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선수 추신수’를 되돌아보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때부터 제 경기를 보기 위해 일찍 아침을 시작했다는 분들이 많았다”며 “올해 은퇴 사인회를 하며 ‘한국에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지금껏 응원해준 팬들에게 인사했다.
부산고를 졸업한 추신수는 2001년 시애틀과 계약하며 미국 무대로 직행했다. 고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딘 끝에 2005년 빅리그에 데뷔해 2020년까지 1652경기 타율 0.275, 218홈런, 782타점, 157도루, OPS 0.824를 기록했다. 20홈런-20도루(2009년), 사이클링 히트(2015년) 등 아시아 최초 MLB 기록도 세웠다. 텍사스와 7년 계약을 끝낸 추신수는 2021년 SSG 유니폼을 입고 30대 후반의 나이에 KBO리그에 데뷔했다.
김광현(왼쪽)과 최정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는 추신수. 연합뉴스
4년간 439경기 타율 0.263, 54홈런, 205타점, 51도루 OPS 0.812의 성적을 남겼다. 전성기 기량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출루 능력은 여전했다. KBO 통산 출루율은 0.424다. 2022년엔 SSG를 KBO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이끌었다. 추신수 커리어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는 “선수는 우승이라는 두 글자를 위해 땀을 흘리는 것 같다. 우승이라는 단어가 배제되면 아파가며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며 “선수 생활을 하며 한 번은 꼭 우승하고 싶었다. 2022년 우승은 모든 걸 보상받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현역 마지막 시즌까지 팀에 헌신했다. 모든 욕심을 내려놓고 최저 연봉을 받으면서도, 주장을 맡아 선수단을 하나로 모았다. 어깨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출장하지 못했지만, 더그아웃에서 후배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모든 책임을 다한 추신수는 그제야 어깨 수술을 받았다. 추신수는 이날도 어깨 보호대를 하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추신수가 7일 인천 연수구 송도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은퇴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신수는 지난 9월30일 키움과 홈경기에서 정규시즌 마지막 타석을 소화했다. 추신수 자신보다 주변에서 그의 마지막을 더 아쉬워했다. 누군가는 “1년 더 해보자”라는 말도 했다. 그도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후회를 남기진 않았다. 추신수는 “눈을 감고 처음 야구를 한 9살 때부터 마지막 타석까지 기억을 되짚었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며 “제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야구를 잘하기 위해 주어진 24시간을 잘 쓴 것 같다. 스스로에게 ‘고생했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웃었다.
이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지도자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 하지만 아직 출발선에 서진 않았다. 당장은 긴 여정의 피로를 풀 생각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인생의 다음 장을 넘길 준비가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계획이다. 추신수는 “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상태다. 여러 제안이 있지만, 아직 다른 일을 시작하긴 이른 것 같다”며 “프로야구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곰곰이 잘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