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다시 스토브리그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한화는 8일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투수 엄상백의 영입 사실을 알렸다. 계약 조건은 기간 4년, 계약금 34억원, 연봉총액 32억 5000만원, 옵션 11억 5000만원 등 최대 78억원이다.
전날 내야수 심우준을 4년 최대 50억원(보장 42억원, 옵션 8억원)에 영입했던 한화는 이틀새 128억원이라는 거액을 썼다.
올해 정규시즌 8위를 기록하며 6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한화는 내년부터는 신구장에서 시즌을 치른다. 올해 가을야구를 위해 시즌을 앞두고는 류현진을 영입했고 시즌 도중 김경문 감독이 부임하는 등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가을야구 진출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내년만큼은 신구장에서 가을잔치를 하겠다는 각오가 드러난다.
그 절박함 때문인지 두 차례 FA 계약이 발표되었을 때 드러난 규모는 야구계를 놀라게 했다. 심우준이 받게 될 총액 50억원은 같은날 KT가 영입한 허경민의 조건을 훨씬 웃돈다. 프로 경력이나 국가대표 경력, 우승 경력으로만 따지면 허경민이 훨씬 더 많은 이력을 쌓았지만 센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한화의 바람이 심우준의 몸값에 영향을 미쳤다.
엄상백도 마찬가지다. 엄상백은 올해 29경기 13승10패 평균자책 4.88을 기록했다. 올시즌이 커리어하이다.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한 건 2022시즌(11승2패)와 올시즌 단 두 차례 뿐이다. 1996년생의 젊은 나이인데다 군 문제까지 해결했기에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더 높지만 78억원이라는 금액은 야구계를 여전히 놀라게 했다. 한화에는 류현진 외에 10승을 올릴 토종 선발 투수가 부족하다는 점이 이런 계약 내용을 이끌어냈다.
한화의 통큰 투자가 앞으로 스토브리그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3년 전에도 비슷한 양상으로 FA 시장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한화는 2021년 11월 발빠르게 포수 최재훈을 5년 총액 최대 54억원에 계약했다. 그 해 첫 FA 1호 계약이었다. 당시에도 시장에서는 최재훈의 몸값에 대한 의문을 품는 시선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포수가 필요했던 한화로서는 최재훈의 잔류를 위해 과감히 거액을 내놓았다.
그리고 스토브리그 전반적으로 몸값이 상승했다. 삼성에서 FA 자격을 얻은 외야수 박해민이 4년 60억원에 LG로 이적했다.
거액 계약은 계속 이어졌다. 두산에서 FA 자격을 선언한 박건우는 6년 100억원에 도장을 찍으며 3년만에 100억원 시대를 다시 열었다. 나성범이 KIA로 떠나며 생기게 될 빈 자리를 메워야하는 NC로서는 좋은 조건으로 박건우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구단 측이 측정한 100억원은 앞으로의 활약에 대한 기대치까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그 해 스토브리그에서는 거액 계약들이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시작은 한화에서 비롯됐다. 제일 먼저 계약하는 팀이 기준선이 되면서 이후 계약을 할 선수들의 몸값을 맞추려면 기준에 부합해야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해당 팀에서 해당 포지션을 채우겠다는 간절함이 더해지면서 몸값이 더 올라갔다.
올해도 한화는 가장 먼저 외부 FA 2명을 영입하며 FA 시장을 마무리했다. 앞서 KT와 계약한 우규민, SSG에 잔류한 최정에 이어 심우준, 엄상백에 KT로 옮긴 허경민까지 FA 자격 선수 20명 중 이제 고작 5명만 계약했다. 15명이나 남은 상황에서 각 구단이 두들길 계산기에 한화의 적극 투자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