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원중(31)은 올해 정규시즌을 마치기 전 자신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 조건에 대해 밝혔다.
기준은 ‘낭만’이었다. 단순이 금액으로 계약한다기보다는 해당 팀과의 관계성을 더 따지겠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김원중의 마음 속에는 ‘답’이 있었다. FA 시장이 열린 뒤 그는 에이전트에게 “무조건 롯데와 협상해달라”고 했다. 에이전트가 “너 같은 선수 처음 봤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롯데 구단도 마무리 김원중이 필요했다. 5년 연속 두자릿수 세이브와 통산 132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투수를 놓칠 수가 없었다. 구단 측은 김원중과 계속 만남을 가졌고 전화 통화로도 “네가 필요하다. 당연히 남아야지 어디를 가느냐”라며 마음을 전했다. 양 측의 마음이 통한 뒤 계약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김원중은 지난 10일 롯데와 4년 보장 금액 44억원과 인센티브 10억원, 총액 54억원에 계약을 완료했다.
사인을 하기도 전부터 김원중의 몸값이 대한 예측들이 쏟아졌다. 지난해 FA 자격을 얻어 삼성으로 이적한 마무리 김재윤의 4년 60억원이 기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김원중은 이에 미치지 않는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김원중은 “돈을 더 받고 떠나기보다는 구단에 남았을 때 로열티, 그리고 나에 대한 정체성이나 상징성이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롯데에 대해 “로열티를 가질만한 구단”이라고 말했다.
광주에서 태어나 동성고를 졸업한 김원중은 부산을 홈구장으로 한 롯데와 연고가 없다. 그러나 학창시절부터 롯데를 좋아했고, 프로 지명을 받기 전부터 롯데는 고향팀 KIA와 더불어 가장 가고 싶은 팀이었다. 그리고 롯데에 지명을 받으면서 꿈을 이뤘다.
김원중은 “최고의 팬들을 뒤에 두고 던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롯데 선수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게 했다. 어릴 때부터 롯데에 매력을 느꼈던 부분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기 전 김원중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긴 머리를 싹둑 잘랐다. 그는 “목표가 새롭게 변화했기 때문에 마음가짐을 먹기 위해 잘랐다”라며 “프로 선수로서 FA 계약을 해봤기 때문에 1차적인 목표를 이뤘다라고 생각한다. 목표에 도달했으니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기 위해서 초심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잘랐다”라고 설명했다.
계약한 후 김태형 롯데 감독에게도 인사를 드렸다. 김태형 감독은 김원중에게 “고맙다, 고생했다, 잘 해보자”라며 반긴 뒤 “네가 할일이 많다”라고 했다. 김원중도 “감독님, 잘 모시겠습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같은 날 ‘절친’인 구승민도 FA 계약을 했다. 이날 오전 구단을 찾아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김원중은 오후에 구단을 찾은 구승민이 계약을 모두 마칠 때까지 기다려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김원중은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사인을 했다”라며 “앞에서 승민 형이 잘 해줘야하고, 나는 뒤에서 잘 해줘야한다”라고 말했다.
김원중은 이제 홀가분하게 다음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이미 시즌을 마치고 몸을 만들고 있었던 김원중은 매년 하던대로 개인 훈련을 하면서 다음 시즌을 맞이할 계획이다.
돌이켜보면 올해 많은 일이 있었다. 7월 말에는 5경기 연속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고 시즌 후에는 첫 FA 계약도 해봤다. 7월을 돌이켜본 김원중은 “힘든 시간을 이겨냈기 때문에 헤쳐나가는 방법들을 알아갔던 좋은 시간이었다. 인생을 배울 수 있었다”라고 돌이켜봤다.
평소 목표를 수치화하지 않는 성격인 김원중은 이번에도 비슷한 마음으로 목표를 내세웠다. 그는 “내가 롯데에서 뛸 때 성적이 나와야하지만 팬들에게 재미있는 야구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나. 그것만 목표고, 그것만 이루고 싶다”며 마음을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