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고착화 부작용 우려”
중동 2연전 변화 예고
이태석 등 첫 국대 4명
교체 선수로 실험할 듯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55)은 안정 속 변화를 꾀하는 지도자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티켓을 다투는 과정에서 새 얼굴을 꾸준히 발탁하고 있지만, 실전에선 주로 기존 선수들을 기용하고 있다. 지난 9~10월 소집에서 총 5명을 대표팀에 처음 발탁했는데, 출전 기회까지 준 선수는 측면 수비수 황문기(강원)가 유일했다.
대표팀의 문은 열려있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관문이 기다리고 있었던 셈이다. 홍 감독은 “새로 들어오는 선수들에게는 팀의 방향성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존 축구에 녹아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홍 감독이 11월 A매치 원정 2연전(14일 쿠웨이트·19일 팔레스타인)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발언을 내놨다. 그는 쿠웨이트 현지에서 취재진과 만나 “선발 선수의 고착화가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나는 언제든 대표팀에 합류해도 경기에 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되면 대표팀의 경쟁력은 사라진다”는 주장과 함께 새 경쟁을 예고했다.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쿠웨이트전에서 과감한 실험을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교체 카드부터 조금씩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가능하다.
그러다보니 11월 첫 태극마크 영광을 안은 4명(김경민·김봉수·이태석·이현주)의 운명도 관심을 모은다. 축구 현장에선 ‘제 2의 황문기’가 늘어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선수는 역시 주전이 정해지지 않은 측면 수비수 이태석(포항)이다. 왼발잡이 왼쪽 수비수인 이태석은 이명재(울산)와 선발을 다투거나 교체 선수로 출전 시간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유일한 유럽파 측면 수비수인 설영우(즈베즈다)가 왼쪽과 오른쪽을 모두 소화할 수 있지만 오른쪽에서 뛸 때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태석의 실험은 필요하다.
경쟁자가 가장 많은 미드필더 김봉수(김천상무)와 이현주(하노버)도 본인들의 색깔을 잘 살린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김봉수는 기본적으로 3선 라인을 책임지는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중앙 수비수와 오른쪽 측면 수비까지 다양하게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을 자랑한다. 황인범(페예노르트)과 박용우(알아인), 백승호(버밍엄시티) 등 기존 선수들과 차별점이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에서 경험을 쌓은 이현주는 상대가 밀집 수비로 나설 때 재능을 발휘한다. 지난 9월 안방에서 열린 1차전에서 밀집 수비로 한국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팔레스타인과 리턴 매치에선 가치를 보여줄 만 하다. 홍 감독 역시 “우리가 가진 선수 중에는 없는 스타일의 선수”라고 호평했다.
다만 김경민(광주)은 골키퍼라는 특수 포지션을 감안할 때 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주전 골키퍼인 조현우(울산)가 뛰어난 활약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창근(대전)과 세컨 골키퍼를 먼저 다퉈야 한다. 올해 K리그 선방 지수(유효슈팅 기대실점-실제 실점)에서 +9로 조현우도 뛰어넘은 이창근 역시 “대표팀도 단계가 있지 않냐”면서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는 것처럼 대표팀에서도 당장 경기를 뛰겠다는 욕심을 부리는 것은 무리다. 뛰어난 골키퍼들이 너무 많아 쉽지는 않겠지만 이 경쟁을 즐겨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