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호·이형범·박준영 등 복덩이 뽑기 성공 경험
보호선수 25인 좁아진 선택지, 16일까지 ‘결단의 시간’
이제는 두산의 시간이다. 베테랑 3루수 허경민을 FA로 KT에 내준 두산이 보상선수 지명을 위해 장고에 들어갔다. 두산은 13일 KT로부터 보호선수 25인 명단을 전달받았다.
허경민은 B등급 FA다. KT가 묶은 25인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허경민의 올해 연봉 6억원의 200%인 12억원을 보상금으로 받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보상금을 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KT가 추려낸 선수 중 옥석을 가려야 한다.
왕조 시절 두산은 거의 매년 주축급 선수를 FA로 떠나보냈다. 그만큼 보상선수 지명 경험이 많다. 성과도 준수했다. 2020년 최주환의 보상선수로 SK(현 SSG)에서 데려온 강승호가 대표적이다. 두산에서 4시즌 동안 253경기에 나왔다. 2022, 2023시즌 연속해서 비FA 야수 고과 1위를 차지했다. 베테랑 FA 선수들을 제외한 결과이긴 하지만, 준주전급으로 팀 전력에 적지 않게 보탬이 됐다. 올해는 확실한 주전 내야수로 발돋움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매년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2018년 양의지를 NC에 내주고 데려온 투수 이형범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이적 첫해 불펜 중추로 활약하며 평균자책점 2.66에 6승 3패 10홀드 19세이브를 올렸다.
다만 강승호나 이형범 모두 보호선수 20인 외 지명선수였다. 이번에는 25인 외에서 지명을 해야 한다. 선수 풀이 그리 두껍지 않은 KBO 리그에서 ‘20인 외’와 ‘25인 외’의 차이는 크다. 강승호, 이형범 외에 다른 구단에서 성공신화를 쓴 보상선수들도 대다수 20인 외 선수였다.
25인 외 빠듯한 풀에서 포지션까지 따지기는 쉽지 않다. 투수야 많으면 좋겠지만, 내주는 팀도 마찬가지다. 전력으로 쓸 만한 투수는 대부분 보호선수로 묶어두기 마련이다. 최근 4차례 FA 보상선수로 두산은 모두 야수를 지명했다. 가장 최근인 박세혁 FA 때도 내야수 박준영을 데려왔다. 팀 전력을 봐도 마운드는 리그 상위권으로 꼽히지만, 야수진은 메워야 할 구멍이 적지 않다. 당장 허경민의 이적으로 내야에 구멍이 크게 났고, 외야에서도 새 얼굴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FA 규약상 원소속구단은 보호선수 명단을 받고 3일 이내로 보상선수를 지명해야 한다. 16일까지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다.
152억 양의지에 이어 양석환·홍건희까지 최근 2년 동안 잇따라 대형 FA 계약을 터뜨렸던 두산이 올해는 유독 조용하다. 외부 영입 움직임은 아직 없고, 남은 내부자원인 김강률과도 뚜렷한 진척이 없다. 아직은 전력 누수만 있을 뿐 보강이 없다. 떠나간 3루수를 대가로 누굴 데려오느냐부터 올겨울 두산의 움직임도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