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의 감동적인 승리는 없었다.
타이슨은 16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AT&T 필드에서 열린 제이크 폴과의 프로복싱 헤비급 경기에서 0-3(72-80 73-79 73-79)으로 판정패했다.
2005년 링을 떠난 뒤 무려 19년 만에 프로복싱 무대에 복귀한 타이슨과 폴의 경기는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독점 중계를 맡았고 타이슨(2000만 달러)과 폴(4000만 달러)은 천문학적인 대전료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타이슨이 30년 전 ‘핵주먹’이라는 별명으로 상대를 때려눕혔다고 해도, 세월은 무시할 수 없었다.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 링에 오르는 타이슨을 위해 대회 주최 측은 12라운드가 아닌 8라운드, 라운드당 3분이 아닌 2분짜리 경기를 편성했다.
타이슨이 조금이라도 더 화끈한 경기를 펼쳐줄 것을 기대하고 마련한 특별 규정이지만, 경기력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타이슨은 1라운드 공이 울린 직후에는 날카로운 펀치를 여러 번 날렸지만, 3라운드부터는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타이슨이 전날 계체 행사에서 도발하던 폴에게 날린 따귀가 이날 뻗은 어떤 펀치보다 위력적일 정도였다. 하지만 폴 역시 타이슨을 위협하지 못했다.
특히 8라운드 마지막 공이 울리기 직전, 폴이 글러브를 낀 양팔을 앞으로 뻗어 고개를 숙여 타이슨에 대한 예우를 보이는 장면에서는 경기장을 채운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AP통신은 “경기 전 타이슨에게 유리한 규정으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과대광고에 걸맞지 않은 경기력만 남았다. 폴이 타이슨에게 경의를 표한 장면에서는 더 화끈한 장면을 원했던 팬들의 야유가 터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경기로 폴의 전적은 11승1패가 됐고, 타이슨은 50승7패가 됐다.
수백억의 대전료가 걸린 시합이 끝난 후 둘은 언제 싸웠냐는 듯 정중함을 보였다. 폴은 “타이슨은 항상 내 편이었다. 그와 함께 경기한 것은 영광이며,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고, 타이슨은 관중의 야유에 대해 “나는 세상을 기쁘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