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링에 오른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복싱팬들은 변함없는 ‘핵펀치 한방’을 기대했지만, 이제 환갑을 바라보는 그의 몸은 이제 여기저기 녹슨 곳이 많았다. 19년 만에 프로복싱 무대에 선 ‘복싱 전설’ 마이크 타이슨(58)은 건강한 모습으로 경기를 끝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보였다.
타이슨은 지난 16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AT&T 필드에서 열린 유명 유튜버 제이크 폴(27)과의 프로복싱 헤비급 경기에서 0-3(72-80 73-79 73-79)으로 판정패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마련한 이 이벤트는 타이슨의 복귀전으로 전세계적인 시선을 끌었다. 타이슨은 전날 계체량 행사에서 마치 고릴라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네발로 기어 올라오며 자신을 자극한 폴의 뺨을 때리는 신경전으로 외신을 장식하기도 했다.
경기장에 수많은 유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타이슨과 동시대에 활약한 왕년의 챔피언 에반더 홀리필더, 레녹스 루이스가 경기 전 라커룸을 찾아 타이슨을 응원하기도 했다.
1966년생으로 여섯 자녀를 둔 타이슨은 이날 자신의 장남(34세) 보다 어린 선수를 상대했다. 폴은 2000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인플루언서로 프로복서 출신이라는 점에서, 폴의 우위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더 많았다. 이날 경기는 8라운드 2분짜리를 경기를 했다. 글러브도 보통 헤비급 정식경기에서 사용되는 10온스(283.4g) 보다 더 두꺼운 14온스(396.8g) 글러브를 착용하면서 특별룰을 적용했다. 타이슨의 체력과 데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로 풀이됐다.
전세계 1억명이 넘는 시청자에게 스트리밍된 것으로 알려진 이날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대전료로 타이슨이 2000만달러, 폴이 4000만달러를 받기로 한 것이 알려진 가운데, 둘의 경기는 마치 ‘약속대련’ 같았다. 타이슨은 경기 초반 아주 잠깐, 과거 화려했던 시간을 떠올릴 만한 움직임과 펀치를 보여줬다. 이후로는 제대로 펀치를 뻗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했다. 관중석에서는 야유도 나왔다. 타이슨은 8라운드에서 97개의 펀치를 뻗는데 그쳤고, 그 가운데 성공한건 18번 뿐이었다.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을 지낸 로이 존스 주니어(미국)는 “타이슨은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무거워진)다리가 끝났다”고 했다. 현재 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과 슈퍼웰터급 통합 챔피언인 테렌스 크로포드(미국)도 “쓰레기 같은 경기력”이라고 꼬집었다. 278개의 펀치 중 78개를 적중시킨 폴의 경기력도 형편없었지만, 비즈니스적으로 흥행몰이에는 성공했다. 이 경기로 타이슨은 7패(50승)째를 당했고, 폴의 전적은 11승1패가 됐다.
타이슨은 경기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기에서 졌지만 이긴 것과 같다. 어제 밤 경기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타이슨과 폴의 경기는 당초 7월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타이슨이 5월 비행기 안에서 궤양이 재발하면서 경기가 11월 중순으로 연기됐다. 타이슨은 “저는 6월에 거의 죽을 뻔했다. 8번의 수혈을 받았다. 병원에서 피의 절반과 약 11㎏을 잃으면서 건강해지기 위해 싸워야 했다. 그래서 이겼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 아이들에게 내 나이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재능있는 선수를 상대로 댈러스 카우보이 경기장의 만원 관중 앞에서 8라운드 경기를 끝내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타이슨은 넷플릭스와 인터뷰에서 은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아직 모르겠다. 앞으로의 상황에 달려 있지 않겠나. 어쩌면 그의 형(프로복서이나 유튜버 로건 폴)과 경기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을 했지만, 자신의 SNS에는 “마지막으로 링에 오르는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는 말로 은퇴를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