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참 이재원이 전하는 ‘한화 마무리 캠프’
10년만에 캠프라 힘들고 벅차지만
‘이제 못 할수가 없다’ 각오로 참여
주장이 말했던 ‘5강 탈락 공약’
류현진도 같이 태안 갈 준비중
베테랑 포수 이재원(36·한화)은 현재 일본 미야자키에서 마무리 훈련을 하고 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한 47명의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막내 정우주(18)와는 18살 차이다. 각 구단은 보통 젊은 선수 위주로 마무리 캠프 명단을 짠다. 그러나 올해도 가을야구를 하지 못한 한화의 마무리 캠프엔 채은성, 안치홍 등 주축 선수 대부분이 참가했다. 4일 훈련, 1일 휴식 일정으로 고강도 훈련을 소화 중이다.
‘공격형 포수’로 이름을 날리며 2018시즌 커리어하이(타율 0.329, 17홈런)를 찍었던 이재원은 하향세 끝에 2023시즌 종료 후 방출됐다.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던 그는 한화에 새 둥지를 틀었고, 올해 팀의 백업 포수로 72경기에 출장했다. 올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이재원은 지난 14일 스포츠경향과 통화하며 “구단과 감독님이 선수 말년인 제게 정말 큰 기회를 주셨다”며 “FA는 생각하지도 않았다”고 웃었다.
2006년 프로에 데뷔한 이재원은 오랜만에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 “거의 10년만인 것 같다”고 기억을 더듬은 그는 “힘든 훈련을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베테랑들이 앞장서서 안 할 수가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고참인 이재원부터 캠프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다르다. 그는 “올해는 야구 선수로서 정체성을 찾고, 활기를 되찾았다면 내년에는 더 좋은 성적을 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정신적인 지주보단 야구장에서만큼은 젊은 선수들과 똑같이 경쟁하며 더 야구를 잘하고 싶다. 그래야 팀 성적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엔 이재원, 최재훈, 이승현, 장규현, 허인서, 박상언 등 총 6명의 포수가 참가했다. 이 중 이승현, 장규현, 허인서는 20대 초반의 어린 포수들이다. 이재원은 “냉정하게 봤을 때 후배들이 2~3년 안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최)재훈이나 제가 가진 경험, 노하우를 다 가르쳐 줄 테니 적극적으로 다가오라는 말을 해주고 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쉽진 않지만,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6월 한화의 지휘봉을 잡은 김경문 감독은 “한화를 강팀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마무리 캠프에 참가 중인 선수들의 목표도 다르지 않다. 이재원은 “후배들에게 늘 같은 선수로서 경쟁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해야 팀이 강해진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이젠 한화라는 팀이 정말 잘할 때가 됐다. 5강이 목표가 아니라, 그 위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코치님이 ‘성적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지 말고, 패배 의식을 떨쳐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해주신다”며 “선수들도 ‘이제는 못 할 수가 없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4일 마무리 훈련이 끝나면, 올해 한화의 공식 일정도 거의 마무리된다. 1990년생 이상 베테랑 선수들에겐 비공식 일정이 하나 남았다. 주장 채은성은 지난 3월 열린 KBO 미디어데이에서 “5강에 들지 못하면 고참 선수 모두 시즌 종료 후 태안 앞바다에 입수하겠다”고 공약했다. 한화는 2024시즌을 8위로 마무리하며 5강 진입에 실패했다. 이재원은 “(류)현진이도 ‘가야지’라고 이야기한다. 선수들끼리 준비하고 있다”며 “팬분들과 약속이니까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