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딕펑스. 소속사 제공
“잔나비요? 뜨기 훨씬 전부터 알았어요. 분명히 성공할 거라고요.”
2년 7개월 만에 새 싱글로 돌아온 딕펑스는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밴드 열풍에 관심이 많다. 그 중 관심 가는 밴드 하나를 뽑아달라는 부탁에 멤버 김현우는 고민도 없이 “잔나비”라고 대답했다. 그는 15~16년도에 잔나비의 공연을 보고 반했다고 했다.
이외에 김태현은 라쿠나와 양치기소년단을 들었다. 그는 “잘하는 친구들은 어떻게 해서든 치고 올라온다. 라쿠나 보고 느꼈다”라면서 특히 양치기소년단에 대해선 “그때 그 시절에만 쓸 수 있는 가사를 위트있게 잘 녹여낸다. 노래를 듣다보면 옛날 생각이 난다”고 전했다.
지난 19일 딕펑스 멤버들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만나 딕펑스의 음악과 향후 활동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 “청춘의 모든 것을 노래하고 싶어”
딕펑스의 새 싱글 ‘첫사랑, 이 노래’는 짧은 영화를 보는 듯한 행복한 기억의 한때를 소환하는 로맨틱한 팝 사운드의 곡이다. ‘VIVA청춘’ 이후 2년 7개월만에 발표한 곡이기에 새 앨범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딕펑스의 달라진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저희가 회사를 옮기고 나서 처음으로 내는 싱글입니다. 그동안 작업 방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음악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고요. 작업 방식이 이전에는 4명이서 골몰하며 곡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프로듀서 분들과 협업해 작업을 해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3자의 시선에서 딕펑스를 봐라봐 줄 수 있거든요.(박가람)”

딕펑스. 소속사 제공
한편에선 ‘딕펑스’의 정체성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김현우는 “밴드는 시야를 넓게 봐야 한다. 곡을 받는다고 해서 색이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딕펑스 내부에서의 고민이 없는 건 아니었다. 딕펑스는 데뷔 14년 차임에도 여전히 딕펑스의 색깔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착하려고 하면 소속사를 옮기는 등 일련의 부침을 겪었던 딕펑스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청춘’의 이미지를 끌어내려 노력했다.
“밴드란 게 참 독특해요. 나이가 들어도 그 나이로 안 봐요. 저희가 연차가 쌓였지만, 여전히 청춘을 노래할 수 있는 것도 이 덕분인 것 같아요. 청춘이라는 주제에는 모든 게 포괄돼 있어요. 가사를 봐도 알겠지만, 그 안에 슬픔, 행복, 기쁨 등 다양한 주제를 녹여낼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청춘의 모든 것을 노래하고 싶습니다.(김현우)”
■ “‘역주행’보다는 ‘정주행’!”
멤버 모두 1987년생으로 동갑내기인 이들은 무탈없이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로 ‘개인주의적 성향’을 들었다. 김태현은 “치고받고 싸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멤버 중 하나가) 스포를 해서 화가 난 적은 있었지만 음악적으로 부딛힌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현우는 “다들 서포터 성향이 있었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음악적으로는 열일했다”며 부연했다.

딕펑스. 소속사 제공
롱런 중인 딕펑스지만, 그럼에도 변화의 창구를 끝없이 모색했다. 급변하는 미디어와 음악 생태계 속 살 길을 찾기 위함이다. 데뷔 14년차로 어디가서 꿇리지 않을 정도로 연차가 쌓였어도, 이들은 오히려 후배들한테 배울 점을 찾는다. ‘딕펑스 시즌2’가 도래했다고 할 정도로 딕펑스는 지금 과도기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시대에 발 맞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좀 부지런해야 하죠. 요즘의 인디 씬은 숏폼 같은 걸 굉장히 잘 활용하더라고요. 콘텐츠를 본인이 직접 찍어서 올리는 것이죠. 과거에 저도 싸이월드 같은 플랫폼을 활용했지만요. (후배들이) 저희를 만나도 조언을 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본인들이 개척해야 하죠. 오히려 저는 후배들한테서 요즘의 방식을 흡수하고 싶은 걸요?(김현우)”
변화를 갈구하는 딕펑스의 소망은 음악적 성취에 대한 바람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과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처럼 최근 음악 계에서는 역주행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에 냈던 곡들이 별안간 인기를 얻으면서 해당 곡을 부른 가수의 최신곡까지 동반 시너지를 내는 효과를 얻는다. 그런데 딕펑스는 역주행을 원치 않는다고 한다.
“역주행을 하면 좋긴 하죠. 그런데 안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만드는 노래들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또 역주행을 하면 문제가 예전에 했던 곡들을 다시 보여줘야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면 저희의 이미지가 고착화되겠죠. 저는 그런 게 싫습니다. 지금 만드는 음악들이 정주행으로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김태현)”
앞으로 딕펑스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김태현은 “팬들과 소통하는 곡을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페스티벌에 오는 관객과 합을 주고 받으며 소통하고, 함께 즐기는 밴드가 되고 싶다는 것. 서두에 언급한 ‘청춘’의 이미지에도 부합한 답변이었다.
한편 딕펑스의 새 싱글 ‘첫사랑, 이 노래’는 오는 25일 오후 6시에 발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