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중장년층의 기억에서도 멀어졌던 국극, 그것도 여성들만이 무대를 채우는 ‘여성국극’이 2024년 안방극장에서 부활했다. 최근 막을 내린 tvN 드라마 ‘정년이’는 주인공 윤정년(김태리)의 성장서사를 보는 것만큼 드라마 속 국극을 보는 재미도 안겼다.
작품을 연출한 정지인 감독에게도 ‘정년이’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2022년 막을 내린 ‘옷소매 붉은 끝동’ 이후 사극과 시대극을 이어가며 히트작을 계속 냈고, 김태리와 라미란, 정은채 등의 연기열정에 신예은, 우다비, 오경화 등 젊은 배우들의 성장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정 감독은 드라마가 끝난 열흘 후 ‘스포츠경향’과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연출의 소감과 주요 배우들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설정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서면 인터뷰는 종방 전 이뤄진 탓에 결말과 관련한 정 감독의 소회는 아쉽게 담기지 못했다.
이하 정지인 감독과의 일문일답.
- 작품 흥행에 대한 소감 및 가장 기억에 남는 시청자 반응은 무엇인지?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오랜 시간 노력한 결과물이 이런 큰 사랑을 받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정년이’를 사랑하고 응원해 주신 시청자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시청자 반응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국극에 대한 반응들입니다. ‘집에서 이런 걸 돈 주고 봐도 되냐’는 댓글들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연출에 있어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현대의 많은 시청자에게는 생소한 장르인 여성국극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지 가장 고민이 많았습니다. 국극은 당시 관객들이 현실의 고단함을 잊을 수 있었던 최고의 오락거리 중 하나였다는 점을 생각하며 우리 시청자들도 그에 못지않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무대의 커튼이 열리는 순간,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입장하는 듯한 기대감과 흥분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드라마 속의 관객과 시청자들이 동일한 선상에서 이런 기분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지 촬영 전부터 배우, 스텝들과 함께 방향을 잡았습니다.
소재가 다소 낯선 만큼, 이야기와 캐릭터들은 최대한 보편성을 띨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원작의 생생한 캐릭터들이 어떤 배우들을 만나야 더 큰 생동감을 가지고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다행히 배우 김태리를 비롯해 재능과 열정이 넘치는 배우들이 합류해 준 덕에 쉽지 않은 작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 가장 공들여 촬영한 장면은 무엇이며, 어떻게 촬영했는지 뒷이야기가 있다면?
“아무래도 모든 스텝과 배우들이 총력을 기울인 건 국극 장면들이었습니다. 보통 주 2~4회의 촬영을 진행하면 나머지 날들은 배우들은 연습을 하고 나머지 스태프들은 틈틈이 국극 장면을 구현하기 위한 회의나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국극 촬영은 카메라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을 본 촬영에 앞서 하루씩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의 무대 동선 확인, 카메라와 장비 동선, 조명 세팅, 의상과 분장 헤어 세팅 등을 보면서 본 촬영에서 수정 보완할 것들을 미리 확인했습니다. 본 촬영은 무대 위주의 촬영과 관객을 포함한 촬영, 그리고 CG용 관객 소스 촬영을 각각 나눠 진행했습니다. 보통 한 작품당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기간이 평균적으로 소요됐습니다.
국극을 제외한 촬영 중 가장 공들인 건 아무래도 10회의 마지막, 용례(문소리)가 부르는 ‘추월만정‘을 정년이 처음으로 듣는 장면이었습니다. 대본 상황에 적합한 장소를 촬영 시기에 임박해 겨우 구했고, 일출과 밀물과 썰물 시간대를 몇 달 전부터 계산해서 두 번에 걸쳐 촬영한 장면입니다. 한 씬을 이렇게 오래 준비해 찍은 건 연출하면서 처음 있는 경험입니다. 며칠에 걸쳐 찍으며 훌륭한 감정선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화룡점정을 찍으며 완성할 수 있던 장면입니다.”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