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생 김연경(36·흥국생명)은 올해도 리그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하고 있다. 올시즌 득점 4위(201점), 공격종합 1위(성공률 46.39%), 리시브 2위(43.04%)를 기록 중이다. 득점과 공격종합 부문 톱10 가운데 1980년대생은 김연경뿐이다. 가장 나이가 어린 메렐린 니콜로바(21·한국도로공사)는 2003년생이다.
김연경은 지난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원정 경기에서도 18득점을 올리며 세트 스코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개막 10연승을 질주한 흥국생명은 승점 29점(10승무패)을 쌓아 2위 IBK기업은행(8승2패·승점 21점)과 격차를 더 벌렸다. 김연경은 경기 후 “10연승을 해서 기분이 좋지만, 경기력에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페퍼저축은행전(12월1일) 준비 잘해서 연승을 이어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연경은 이날 후배 정윤주(21)와 함께 수훈 선수로 뽑혔다. 정윤주는 올시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2003년생 아웃사이드 히터다. 김연경은 최근 정윤주의 활약에 대해 “많이 성장했다”며 “공격은 잘하고 있고, 리시브와 수비를 보완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런 김연경도 ‘회복력’에선 정윤주에게 밀린다. 그는 “내년이면 37살이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다는 느낌이 안 든다”며 “아침에 (정)윤주를 보면 피곤하냐고 물어보는데, 자고 일어나면 괜찮다고 한다. 나이는 무시 못 한다”고 웃었다.
김연경은 V리그 복귀 후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튀르키예 리그에서 돌아온 2020~2021시즌엔 GS칼텍스에 져 준우승했다. 그 후 1년간 중국 리그에서 뛰다가 복귀했지만 2022~2023시즌엔 한국도로공사에 우승컵을 내줬다. 지난 시즌에도 현대건설에 가로막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 중인 김연경은 ‘부상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연경은 “작년에도 6라운드 경기를 했지만, 올해는 유독 일정이 빠듯하게 느껴진다. 매주 2경기씩 하고 있고, 이동 거리도 길다”며 “후반기가 되면 부상 관리를 잘한 팀의 승리 확률이 더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몸을 많이 쓰고 있어서 힘들긴 하지만, 팀에서 관리를 잘해주고 있다”며 “시즌이 마무리될 때까지 부상 없이 잘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연경이 부상에 대한 경각심을 느낀 이유가 있다. 올시즌 V리그는 초반부터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날도 GS칼텍스 스테파니 와일러와 지젤 실바가 경기 중 발목을 다쳤다. 흥국생명 투트쿠 부르주 유즈겡크도 무릎이 좋지 않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경기 수가 많은 데다 일정도 빡빡하다. 선수들에게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경기하는 데 급급한 일정 탓에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시간이 부족하다고도 했다.
김연경도 사령탑의 의견에 공감하며 경기 수를 줄이든 경기 간 간격을 늘리든 여유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많은 경기를 보여드리기보단 질 높은 배구를 보여드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이 나이에 득점 등 지표에서 상위권에 있다는 게 말이 안 되는 부분인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을 키울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