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백보다 ERA, FIP, WAR 좋은 최원태…그런데 왜 계약이 안될까, 적정 FA 몸값은 46억원?

입력 : 2024.11.29 14:31 수정 : 2024.11.29 14:33
LG 최원태. 연합뉴스

LG 최원태. 연합뉴스

KT에서 FA 자격을 얻은 엄상백은 한화와 4년 최대 78억원에 계약했다. 계약금 34억원에 4년 연봉 총액이 32억5000만원, 옵션 11억5000만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보장금액은 66억5000만원이다.

같은 선발 투수로서 주목받았던 최원태는 아직 계약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LG에서 FA 자격을 얻었지만 원 소속구단과의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최원태는 A급 FA이기 때문에 보호선수 명단이 20명밖에 되지 않는다. 최원태를 영입하는 구단은 1군 엔트리에 포함될 선수를 보상선수로 내주는 부담까지 안아야 한다.

최원태의 통산 스탯은 엄상백에 뒤지지 않는다. 최원태는 선발 투수로 204경기나 등판했고 통산 78승58패, 평균자책 4.36을 기록했다. 엄상백이 선발 107경기, 통산 성적 45승44패, 28홀드, 3세이브를 거둔 것보다 선발 투수로서는 더 나은 기록을 남겼다. 엄상백의 통산 평균자책은 4.82다.

투수 개인 능력을 비교할 때 조금 더 나을 수 있는 수비무관 평균자책(FIP)에서도 최원태는 통산 4.33을 기록했고, 엄상백은 4.59를 기록했다. 최원태의 스탯티즈 통산 WAR는 25.15, 엄상백은 15.19로 차이가 크다.

그런데도, 최원태의 계약은 지지부진하다. 그 이유는 몇가지 리스크 때문이다. 검증된 선발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LG 최원태가 8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 3회말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LG 최원태가 8일 열린 준플레이오프 3차전 3회말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후반기 내구성

최원태는 2016년 데뷔 후 선발로만 200경기 이상 등판한 검증된 선발 투수다. 다만, 연간 소화 이닝은 2019년 157.1이닝이 최다다. 2021년 143.1이닝, 2023년 146.2이닝을 소화한 적이 있다. 나머지는 모두 140이닝을 넘지 못했다.

시즌 후반기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점도 리스크다. 2021시즌 전반기 평균자책이 4.12였는데, 후반기 5.15로 높아졌다. 2022시즌에도 전반기 3.10이었다가 후반기에 5.60으로 크게 나빠졌다. LG로 트레이드 된 2023시즌에도 반복됐다. LG 이적 뒤 평균자책은 6.70이나 된다. 이번 시즌 역시 전반기 3.80에서 후반기 4.77로 나빠졌고 포스트시즌 활약도 기대이하였다.

■포스트시즌 불안감

최원태는 포스트시즌 경험이 충분하다. 모두 17경기에 등판했고 이 중 6차례가 선발 등판이다. 하지만 성적은 썩 좋지 않다. 포스트시즌 통산 25이닝 동안 31자책점을 기록했다. 가을 평균자책이 11.16이나 된다. 그나마 구원 등판에서 거둔 3홀드 1세이브는 나쁘지 않다.

FA 선발 투수를 영입하려는 팀은 최소 ‘가을야구’가 당연한 목표가 된다. 미래를 예상하기 쉽지 않지만, 과거 가을야구 성적이 썩 좋지 않다는 점은 영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소다.

■흔들리는 패스트볼

최원태는 커리어 초기, 무브먼트가 뛰어난 투심 패스트볼이 주무기였다. 2020시즌 투심 구사율은 54.8%나 됐다. 올시즌 투심 비중은 18.2%까지 줄었고 포심이 21%로 늘었다.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쓴다는 점에서 전략적 변화일 수도 있지만, 투심의 위력 감소는 타자 친화적 구장을 쓰는 팀들로서는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요소가 된다.

올시즌 최원태 상대 타자들의 스윙비율 48.7%는 데뷔 후 가장 적었다. ‘투시머’라면 스윙을 이끌어내고 땅볼을 만들어내야 승부가 편해진다. 타석당 볼넷 비율 10.3% 역시 커리어 하이였다. FA를 앞둔 시즌의 볼넷 증가는 좋은 신호가 아니다.

LG 최원태가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2023.9.5/정지윤 선임기자

LG 최원태가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선발 출전해 힘껏 투구하고 있다. 2023.9.5/정지윤 선임기자

■얼마가 적당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원태는 매력적인 선발 투수 자원이다. 커리어를 흔들만한 부상이 없었고, 관리에 따라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28세 시즌을 맞는 ‘젊은 선발 투수’다. 올시즌 다소 흔들렸음에도 FIP 4.62를 기록했고 이는 엄상백(4.61)과 양현종(4.63) 사이의 기록이다.

KBO리그는 최근 수년 사이 A급 FA를 영입할 때 WAR 1 당 약 4억원의 지불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계산된다. 연간 4.0 정도의 WAR을 기대한다면, 4년간 16억원씩 64억원의 계약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엄상백이 최근 3시즌 평균 WAR이 4.05였고,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약 65억원이 나온다. 보장금액 규모와 비슷하다.

최원태는 최근 3시즌 평균 WAR이 2.89였다. 향후 4년간 최원태로부터 2.89 정도의 WAR을 기대한다면 46억2400만원 정도의 지불의사가 계산된다. 여기에 옵션이 더해지면 최대 계약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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