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뉴진스와 소속사 어도어가 극으로 치달은 상황 속에서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 뉴진스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앞서 어도어에 보낸 내용증명과 관련해, “어도어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알렸다. 이들은 어도어 및 모회사인 하이브에게 계약해지 귀책 사유가 있다며, 법적 분쟁 없이 29일부로 계약이 해지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어도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발표, “전속계약 당사자인 어도어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 어도어와 뉴진스 멤버들 간에 체결된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분명히 했다.
상호 합의로 이뤄진 계약, 뉴진스는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고 말하고, 어도어는 이별에도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일 저녁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을 열 정도로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 계약 해지 없이 해지?
뉴진스 주장의 핵심은 ‘귀책사유’다. 뉴진스는 지난 13일 어도어에 내용증명을 보내, 자신들이 주장하는 문제에 대해 14일 안에 시정을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대중문화예술인(가수 중심) 표준계약서의 조항을 이용한 것으로, ‘일방이 계약 내용을 위반한 경우, 유책 당사자 일방에 대해 14일의 기간 동안 시정을 요구하고, 시정되지 아니하거나 시정될 수 없는 경우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간 소속사와의 계약 분쟁에서 아티스트가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뉴진스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 이는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분쟁을 시작할 시 활동에 지장이 생기는 점, 또 가처분 신청에서 뉴진스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어려운 점 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는 이를 기자회견을 통해 “계약을 위반한 어도어와 하이브에 책임이 있다. 계약을 해지하면 전속 효력은 없으므로 저희 활동에는 장애가 없다. 앞으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어서 굳이 가처분 등의 소송을 할 필요가 없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이런 방식은 전례가 없는 상황으로, ‘해지 없는 해지’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어도어 역시 공식 입장을 통해 이를 명확히 했으며, 계약 해지가 되지 않았으므로 향후 일정도 어도어 소속으로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요구 사항에 대한 시정’에 대한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뉴진스는 “어도어는 이에 대해 회피와 변명으로 일관해왔다”고 밝혔으나, 어도어는 29일 뉴진스 측에 전달한 내용증명에 대한 답장의 축약본을 공개하며, “어도어의 노력이 아티스트가 원하는 특정한 방식이 아니었거나 주관적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여 이를 전속계약 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아티스트와 아티스트의 부모님들께서 대외적으로 입장을 꾸준히 밝혔지만, 정작 저희와는 대화와 소통을 통해 오해를 풀고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차단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라며 갈등과 관련된 합의 및 논의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 ‘뉴진스’ 네버다이?
뉴진스는 여전히 어도어를 떠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자회견에 이어 29일에도 “저희 5명은 2024. 11. 29.부로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하이브와 어도어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다시 한번 공식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전속계약 해지는 오로지 어도어의 의무 위반으로 인한 것이므로, 저희 5명은 위약금을 배상할 의무가 없다”고 다시 못 박으며, “해지 시점 이전에 어도어와 다른 분들 사이에 체결된 계약상 의무는 모두 성실히 이행할 예정”이라고 예정된 스케줄은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도 일관된 의견을 전했으며, 더욱이 ‘뉴진스’라는 팀명에 대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뉴진스의 바람과 달리, 위약금이나 상표권에 대한 분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합의가 어려워진 만큼, 결국 법적 공방을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어도어 측이 “뉴진스는 우리와의 내년도 활동계획 논의를 계속 거절하고 있다”고 밝힌 만큼, 더 이상 뉴진스와의 외줄 타기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할 시 활동을 제한하거나 뉴진스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하는 방향으로 법적인 제약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마지막 승자는?
법조계에서는 뉴진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허주연 변호사는 2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보통의 계약관계, 표준계약서 내용을 기준으로 말하면 (뉴진스 주장은) 해지 사유가 되기 상당히 어렵다”고 밝혔다. 멤버들이 내용증명을 통해 시정을 요구한 사항 중 뉴진스 및 어도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이는 것은 현저히 적다는 게 이유다.
더불어 뉴진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하이브의 음반 밀어내기’ ‘하이브 내 왕따 주장’ 등에 대해서도, 뉴진스가 직접 ‘그런 문제가 실제로 발생했고 그것이 뉴진스에게 피해를 줬다’는 것까지 입증해내야 계약 위반 사항으로 주장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뉴진스의 주장만으로는 정식적으로 계약 해지를 확정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는 해석이다. 또 이후 법적 절차를 밟게 된다고 하더라도, 유리한 상황이 될지는 알 수 없다는 의견이다. “위약금이 없다”는 뉴진스의 발언도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어도어 측이 현재 처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결단을 내릴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뉴진스는 이미 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하는 상황으로, 해지를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할지는 어도어의 손에 달렸다. 어도어가 법적인 절차를 밟게 되면 이는 곧 뉴진스와의 결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셈으로, 이렇든 저렇든 결국 뉴진스가 어도어를 떠나게 되기 때문이다.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에서 비롯한 이례적인 사태가 어떻게 극단적인 방향으로 흐르는 가운데, 어떤 결론을 맞게 될지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