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 선배가 혼자 미끄러져 떨어져 죽는 결말, 아무도 예상 못 했어요.”
지난 29일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KBS 일일드라마 ‘스캔들’은 세상을 가지고 싶었던 여자와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건 또 한 명이 여자가 벌이는 미스터리 격정 멜로다. 극 중 문정인(한채영 분)이 옥상에서 떨어진 채 발견되는 충격적인 엔딩으로 첫 화 스타트를 끊었다.
“처음 대본 봤을 때 너무 재밌었어요. 제작사 대표(한채영 분)가 죽으면서 누가 죽였냐로 서사가 흘러가는데 그런 관계 설정들이 되게 흥미진진했습니다. 결말도 신선했어요. 줄거리의 전제를 무너뜨리는 전개였죠.”
스포츠경향은 지난 26일 KBS 드라마 ‘스캔들’에서 백설아 역을 맡은 배우 한보름을 만나 촬영 현장에서 어려웠던 점, 향후 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 화의 충격 엔딩에서 볼 수 있듯이 ‘스캔들’은 자극적인 서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한보름은 어렸을 때 부모를 잃었지만 그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단단히 무장하는 백설아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다만 연기하는 게 썩 수월하진 않았다. 격정적인 연기를 소화해야 했기 때문.
“소리지르는 연기, 화내는 연기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배우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그런 성격이 아니에요. 그래서 자기 전에 꼭 30분씩 명상을 하고 잤습니다. 그거라도 안 하면 제가 너무 힘들었을 거예요.”
그러면서 그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산책을 하거나 동굴로 들어가기도 한다고. 수위가 센 부분에 대해선 좀 더 순화된 표현으로 바꾸는 등 연출적인 부분에서 최지영 감독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한보름은 이미 KBS 주말드라마 ‘오! 삼광빌라!’에서 50부나 되는 긴 호흡의 연기를 펼쳤다. 이번 드라마 ‘스캔들’은 이보다 두 배나 긴 102부작. 다년 간의 연기를 통해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했던 한보름이지만,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어려움은 산적해 있었다.
“100부가 넘는 장편 드라마여서 감정선이 바뀌는 것에 대해 혼동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한테 물어봤고요. 하도 질문이 많아서 감독님이 주말만 되면 제 전화를 기다리신다고 할 정도죠.”
특히 한보름은 시청자 한보름으로서 백설아와 그와 결혼을 약속한 연인, 정우진(최웅 분)과의 관계가 납득이 안 갔다고 털어놨다. 우진은 작품 속에서 살아 숨 쉬며 20년이란 세월을 백설아와 함께 했지만, 한보름이 우진을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들인 건 불과 7개월이다.
“사실 우진과의 관계가 제일 어려웠어요. 나라면 안 그럴 텐데, 라고 혼자 생각하면서요. 어쨌든 우진이 기억이 돌아왔는데 설아를 버리고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설정이잖아요. 그런데 설아는 이를 놓지 못하고. 보름이는 이해가 안 갔지만, 작품 속 설아는 정말 그럴 수 있겠다며 저 스스로 설득을 했죠.”
한보름은 매순간 극 중 백설아와 물아일체되는 소름 돋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그의 연기에 시청자들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바. 어떤 반응이 한보름의 눈길을 끌었을까.
“시청자들이 캐릭터에 대입을 해서 봐주실 때가 제일 재밌었어요. 캐릭터에 대입해서 아니 얘 왜 이래 했다가 벌 받아야 한다고 하기도 하면서 캐릭터에 대입해 정말 재밌게 드라마를 봐주셨어요. 물론 드라마가 극 후반부에 고구마 같다는 평도 듣긴 했지만, 그럴 때는 대본이 잘못됐다고 보기 보다는 믿고 따라가는 편입니다.”
차기작에 대한 한보름의 고민도 깊어진다.
“사실 차기작을 골라서 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들어오는 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하고요. 새로운 역이라면 마다하지 않습니다. 다만 요즘에는 몸 쓰거나 요리하는 연기를 도전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