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한 해 농사를 수확하는 2024 K리그 대상 시상식이 열린 지난 29일. 감독상을 수상한 윤정환 강원FC 감독(51)이 무대에 올라 소감을 말하려는 순간 관객석에선 “재계약해주세요!”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지난해 이맘때 강등 위기에 몰렸던 강원을 준우승으로 이끈 윤 감독을 붙잡아달라는 강원 팬들이 소망이었다.
윤 감독은 강원과 맺은 계약기간이 12월 만료된다. 지난해 6월 강원의 소방수로 등장했던 그는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으로 강원의 1부 잔류를 이끈 뒤 올해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 드라마를 썼다. 정규리그 38경기에서 19승7무12패. 승점 64점을 기록한 강원은 3년 연속 우승한 울산 HD에 이은 2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썼다.
준우승한 윤 감독이 K리그 대상 시상식 감독상 투표에서 감독 7표, 주장 7표, 미디어 89표 등 모든 부분에서 1위에 올라 감독상을 수상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뚜껑을 열기 전에는 김판곤 울산 감독과 치열한 경합이 예상됐지만 표심은 윤 감독을 선택했다. 우승팀 밖에서 감독상이 나온 것은 2005년 장외룡(준우승·당시 인천), 2010년 박경훈(준우승·당시 제주), 2020년 김기동(3위·당시 포항) 감독에 이어 윤 감독이 4번째다.
윤 감독은 “올해 우리 팀의 축구를 보시는 분들이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다. 지난해보다 달라진 모습, 새로운 스타가 나오는 모습을 보며 많은 표를 주신 것 같다”면서 “좋은 팀 분위기 등 여러 부분을 생각해주신 것 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시즌 전 튀르키예로 전지훈련을 가면서 다른 팀에 비해 관심을 덜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플러스’가 됐다. 그때 양민혁을 처음 만나면서 가능성을 엿봤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윤 감독이 보여준 놀라운 성과와 감독상 수상은 강원과 재계약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윤 감독이 올해 강원을 높은 곳으로 이끌면서 평균 관중(6432명→9154명)이 36% 증가했다. 또 강원 유튜브 구독자와 상품 매출액이 각각 133%와 212% 뛰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윤 감독은 구단에 정당한 성과를 평가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윤 감독은 “강원의 준우승은 모두가 생각 못 했을 것”이라며 “올해 굉장히 ‘핫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않았나. 이 부분에 대한 평가를 받고 싶은 것은 어느 지도자나 같은 마음이다. 팀 관계자, 대표님께서 결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윤 감독이 바라는 눈높이와 강원의 현실에서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가 관건이다. 윤 감독은 지난해 강원에 부임할 당시 J리그 활동 시절보다 낮은 금액을 받아들였다. 윤 감독 본인은 최소한 원래 수준의 몸값을 원하겠지만, 이 금액이 시도민구단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윤 감독은 “시도민구단이라는 상황을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감독의 입장에선 그런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 “결정 나지 않은 상황에서 말씀드리기는 조심스럽고,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