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엔스튜디오 제공
“‘너희 다음 작품하지 마’라고 했어요. 다른 작품을 같이 할 누군가가 부러워서 ‘질투난다’고 했고요. 그래서 ‘다 하지마라. 다 같이 쉬자’고 말했어요(웃음)”
세상이 하얗게 뒤덮인 29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황인엽은 눈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립식 가족’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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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 가족’은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각자의 상처를 보듬으며 가족처럼 10대 시절을 보낸 세 청춘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린 시절 여동생을 잃은 상처와 그 사건으로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아픔을 지닌 김산하를 통해 정채연(윤주원 역), 배현성(강해준 역)과 끈끈한 가족애와 설레는 사랑의 감정을 그렸다.
“캐릭터가 조금 날카로운 모습이 있어요. 그래서 표현할 때 웃을 수 있는, 많이 웃기는 어렵다고 생각했고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그늘이 있다고 느꼈어요. 주원과 해준을 바라보면서 잠깐 웃는 게 전부다 보니까 말을 하고 싶어도 눈으로 더 진심을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만약 ‘빨리 가자 다 너 걱정해’라는 말이 있으면 눈으로 먼저 말하고 대사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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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엽이 표현한 김산하는 말보다 표정과 눈 연기가 먼저였다. 그의 연기를 본 시청자들은 담담하게 감정을 뱉는 연기가 인상깊었다는 호평을 남겼다. 그도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해봤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반응은 많이 안 보려고 노력해요. 좋은 글을 많이 써주셔도 (반응이) 좋지 않은 글을 읽으면 거기에 잠식되고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 보려고 해요. 부모님, 회사 분들, 배우 친구들이 연기나 드라마적인 내용으로 좋은 얘기를 해줄 때 ‘아 그래도 미약하지만 조금이라도 발전이 됐다. 다행이고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진행형이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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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엽 스스로의 연기도 있었지만, 여러 배우들과의 호흡도 함께 빛났다. 배현성(강해준 역)과 빚어낸 가족애와 어릴적 친구였던 정채연(윤주원 역)과 그리는 핑크빛 로맨스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도 따뜻하게 했다.
“대본 리딩도 하긴 했는데, 워낙 저희가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다 보니 자주 맛있는 거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성향이 비슷하다고 판단했죠. 가족 케미도 중요하고 서로 허물이 없어야 하니 자주 만났어요. 술 한잔도 하고 영화도 보러가고 이야기도 많이 나눴습니다”
작품으로 만났지만 어느덧 ‘찐친’이 된 세사람이다.
“저희 셋은 맵부심이 있다는 공통분모가 있어요. 또 저희는 맑은 스타일이죠. 최근엔 발로 눌러서 보드게임하는 장소에 갔고, 사격도 했어요. 채연이가 포토이즘 프레임이 나왔다길래 셋이서 사진도 찍고, 인형 뽑는 것도 하러 다녀요”
‘조립식 가족’은 손발이 꽁꽁 어는 겨울부터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까지 촬영됐지만, 제작 과정까지 포함하면 사계절을 모두 함께했다. 모든 계절을 함께한 만큼, 또 출연진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만큼 작품을 떠나보내는 황인엽의 아쉬움은 크다.
“마지막 방송을 같이 보면서 저희 세명만 운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울었어요. 무해한 사람이 많았고, 다 사이가 좋았어요. 이미 촬영이 끝난 7월에도 슬펐는데, 방영도 끝이 나니까 너무 아쉬웠어요. 애정과 열정을 쏟아부은 작품이고, 가족과 사랑에 대해 다루다보니 ‘잘 표현해야겠다’고 했는데 나중에는 너무 진해졌어요. 그래서 더 서운했고요”
깊이 빠져버린 만큼 촬영이 끝나고 인물에서 빠져나오는 시간도 오래 걸렸다.
“배우들, 선배님들, 감독님, 현장에 있는 모든 스태프들이 상호작용이 잘 됐어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촬영장에 가본 적이 없고요. 서로 연결된 채로 계속 가다가 어느 순간 끊겨버리니 공허함이 밀려왔어요. 어제도 톡방이 조용했고 저도 공허하니까 노래만 들었어요. 다들 사진을 찍어서 보내는데 불빛도 없이 방에 누워서 ‘너무 서운해’ 하더라고요. 이게 쉽게 지나갈 거 같지 않으니 이야기를 많이 나누자고 했어요. 이별. 이런 느낌 아닐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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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른 작품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황인엽이다. 내년 방송 예정인 JTBC ‘친애하는 X’에서 특별출연을 앞둔 그는 배우로서 가진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드라마를 찍으면 선배님들에게 커피차가 와요.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나를 지지해주는 팬이 있는 배우가 되면 어떤 기분일까’ 싶었어요. 스스로 연기를 해내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되는 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팬이 있어서 팬들과 소통이 잘 되는 배우가 되는 게 하나의 꿈입니다. 직업이 배우지만 (팬들이) 사랑해 주시니까 이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었어요. 돌이켜보니 든든합니다”
어떻게 팬들과 소통하고 있냐고 물었다. 이에 황인엽은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애정을 가득 드러내며 인터뷰를 마쳤다.
“‘하이앤드’에서 팬분들과 채팅을 해요. 저를 걱정하고 위로해 주시기도 하고, 어떤 걸 좋아하고 원하는지에 대해 사소하지만 소소하게 공유하니까 가깝게 느껴진 것 같아서 좋고요. 팬분들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제 원래 성격이 애교가 있는 편이라 반말모드를 하거나, 이모티콘을 붙여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원래 제 실제 말투를 잘 모르셨다 보니 그걸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