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엄상백
새둥지 적응기
日마무리캠프 찾아 새 동료들과 인사
“첫날부터 회식, 채은성 형이 따로 밥 사주기도…많이 챙겨줘
아버지 고향팀이라 어릴때 추억도 솔솔
금액으로 보여준 기대 알아…가을야구 힘 보태겠다”
사이드암 투수 엄상백(28·사진)은 2025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린 지 이틀 만에 한화와 4년 총액 78억원에 서명했다. 계약 규모와 체결 속도에서 알 수 있듯 한화는 20대 선발 자원인 엄상백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엄상백은 2025시즌 류현진, 문동주와 함께 토종 선발진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FA 대박을 터트렸지만, 엄상백은 마냥 기뻐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만난 엄상백은 “(돈을) 많이 받고 오니까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사실 그렇진 않다”며 “구단이 기대한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고 속내를 전했다.
엄상백의 전 소속팀인 KT는 2013년 창단해 2015년 1군에 진입했다. 2015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엄상백은 KT가 1군 페넌트레이스를 치른 첫해부터 꾸준히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2019시즌 종료 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기 전까지 213경기 10승25패 28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 6.21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엄상백은 2021년 상무에서 전역한 뒤 팀의 선발 투수로 자리를 잡았고, 올해까지 92경기(79선발) 35승19패 평균자책 3.90을 기록했다. FA를 앞뒀던 2024시즌엔 29경기(156.2이닝) 13승10패 평균자책 4.88의 성적을 거두며 규정이닝과 두 자릿수 승리를 모두 챙겼다.
엄상백은 “KT가 1군에 처음 진입했을 때 입단한 신인이라서 과분할 정도로 기회를 많이 받았다”며 “어릴 땐 KT 팬들의 ‘아픈 손가락’이었고, 군대를 다녀와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나를 성장시켜준 팀을 떠나게 돼 한편으로 씁쓸했다. FA 계약이 막 기쁘기만 했던 건 아니다”고 KT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한화 엄상백’으로 새출발하게 된 그는 최근까지 일본 미야자키에서 진행된 마무리 캠프에 방문해 새 동료들과 인사를 나눴다. 엄상백은 “같이 훈련을 하진 않았지만, 야구장에 같이 나가고 밥도 함께 먹으면서 많이 친해졌다”며 “첫날부터 회식을 했고, 주장 (채)은성이 형이 따로 저녁을 사주기도 했다. 이런 배려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엄상백은 초중고를 모두 서울에서 나왔지만, 충청도 출신인 아버지 덕분에 어릴 적 한화와 관련한 추억이 있다. 그는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유치원 다닐 때였던 것 같은데, 아버지랑 같이 한화 경기를 보러 잠실야구장에 갔었다”며 “그때 데이비스가 홈런을 쳤고, 함께 간 삼촌이 그 공을 잡아서 내게 줬다. 지금까지도 기억이 난다”고 미소지었다. 제이 데이비스는 7시즌간 한화에서 뛴 장수 외국인 타자로, 한화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1999년 타율 0.328, 30홈런으로 맹활약했다.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야구장에 가 한화 경기를 보던 엄상백은 다음 시즌부터 한화 선발 마운드를 지킨다. 엄상백과 한화 모두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그는 “2025년은 모든 게 중요한 시즌이다. 김경문 감독님이 처음부터 하는 새로운 시즌이고, 새로운 야구장에서 한다. 나와 (심)우준 형도 새로 왔다”며 “새 마음으로 새 출발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팀의 가을야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