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 파장, 풍자물 확산
이전 계엄령 다룬 ‘서울의 봄’ 주목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의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밤 중 기습적으로 발생한 초유의 비상계엄을 두고 갖가지 패러디물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창작물은 지난해 11월 개봉해 올해 ‘천만관객’을 달성한 영화 ‘서울의 봄’이다.
윤 대통령은 3일 오후 10시 24분쯤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계엄 선포 후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모여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시켰고 윤 대통령은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상계엄 선포 6시간 만인 4일 오전 4시 27분쯤 계엄을 해제했다.
우리나라에 비상계엄이 선포된 것은 1979년 이후 45년 만의 일이다. 당시 박전희 전 대통령의 서거한 직후 이뤄진 비상계엄 조치는 1980년 5월 17일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에 의해 전국으로 확대됐다. 당시 비상계엄은 1981년 1월 24일까지 유지됐다.
‘서울의 봄’ 또한 동시대를 다룬다. 1979년 12월 12일 밤 9시간 동안 서울에서 발생한 신군부 군사반란 과정을 긴밀하게 그려냈다. 행주대교를 건너는 탱크, 국방부와 육군본부를 점령하는 군인 등을 밀도 있게 표현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서울 한복판 곳곳에서 계엄군의 장갑차와 헬리 등이 목격됐고 계엄군이 국회로 진입을 시도하면서 몸싸움이 펼쳐지는 광경 등이 포착됐다.
3일과 4일 서울에서 발생한 사건 등이 ‘서울의 봄’ 장면들과 유사했기 때문에 “이번 비상계엄이 ‘서울의 봄’을 오마주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각계에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갖가지 풍자물이 나오고 있다.
특히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확산된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한 합리적인 이유’라는 글에 따르면 ‘서울의 봄’ 주연 배우 정우성의 스캔들이 발발하고 수많은 가십 기사가 생산되자 윤 대통령이 이를 보며 재미있어 했고, 정우성이 영화 시상식에서 ‘서울의 봄’으로 다수의 상을 받자 영화를 관람했고 이에 즉흥적으로 이번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것이다.
해당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믿지는 않지만 그만큼 이번 비상계엄의 이유에 대해 대중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술김에 했다”는 유머도 잇따랐다.
‘서울의 봄’ 영화 포스터를 패러디한 풍자물도 눈길을 끈다.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장을 연기한 배우 황정민의 포스터를 창작한 것인데, 윤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가 있고 ‘서울의 봄’ 제목을 ‘취했나 봄’으로 재해석했다.
‘1979. 12. 12. 그날 만 철저히 감춰진 9시간’ 포스터 속 문구를 ‘2024. 12. 3. 그날 밤 철저히 감춰진 3시간’로 교체했다. 개화파의 ‘삼일천하’도 아닌 세 시간도 채 넘기지 못하고 무력화된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비꼰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두고 정치계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전혀 공감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방증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서울의 봄’뿐 아니라 다양한 창작물을 활용한 풍자물이 나오고 있고 파장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석열 정권의 계엄령 선포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은 4일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대통령은 비정상”이라며 “정상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 최고의원은 “비정상적인 권력집착, 그리고 시작은 김건희 여사의 비정상 권력 집착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가장 큰 핵심적 동기는 김건희 감옥 가기 싫다는 것이고 채상병 문제 등 결국 진실이 규명되면서 감옥에 갈 수밖에 없는 자들의 자기 보존을 위해 사고를 친 것”이라고 분석했다.